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코 Jan 26. 2023

그 옛날, 엄마들은 어떻게 아기를 키웠을까?

오동통 노란 고무줄에 소창 끼워주던 시절











첫 아이를 가지고 어머니께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어머니의 육아에 대해 물어보았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지식을 쌓는다는 핑계로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말씀해주신 이야기는, 그야말로 지금으로선 생각할 수도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 옛날, 남자는 결코 아이를 돌보지 않던 가부장사회에서 어머니는 홀로 연년생을 키워내야 했다.

어머니 말씀으로 당시에 자연출산은 미개한 것이라 제왕절개가 우아한 것이라 여겨졌고, 모유보다는 분유가 아기에게 더 좋은 것으로 홍보가 되는 시절이었다고 한다.

( 티비를 틀면 분유로 요리 하는 팁 등을 쉽게 볼수도 있었다고 한다. )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던 어머니는 남들이 말리는 자연출산과 모유수유를 선택했다.

그리고 미국에 가시는 분께 질 좋은 천기저귀를 얻어 그것으로 우리 남매를 쭉 키우셨노라 했다.

여기서 놀라운점은 동생은 내가 태어난 후 고작 3개월만에 임신된 아이였다는 것이고, 더 놀라운 점은 우리집엔 세탁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임신기간 입덧으로 입원까지 했던 어머니는 천기저귀를 포함한 식구들의 옷가지를 전부 손빨래 해야 했다.

매일 청소, 빨래, 요리 모든 것을 해낸 그야말로 슈퍼 우먼이 아닌가.

그런 어머니에게 천기저귀란 너무 쉬운 것이라며 손주가 태어나면 소창을 집적 떼어다 기저귀를 만들어 주시겠노라 말씀해 주시기까지 했다.

( 나중에 천기저귀를 쓰게되며 알게된 사실인데 기저귀 소재 중 으뜸은 소창이고, 소창으로 만든 프리폴드 천기저귀는 의외로 귀하다는 것이다. 

천기저귀 카페에서는 직접 소창을 떼서 기저귀를 만드는 엄마들을 흔하게 볼수 있다. )

어머니덕에 그리고 마침 천기저귀를 물려준 오랜 친구덕에 나는 자연스레 천기저귀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왼쪽) 나의 아기시절 / (오른쪽) 남편의 아기시절








가끔 출산한 며느리에게 모유수유나 천기저귀를 강요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수 있다.

반대로 열성적으로 육아를 하고자 하면 너무 유난떨지 말라는 조롱을 사기도 한다고 한다.

다행히도 나에겐 이 두가지 일 모두 일어나지 않았다.

양가 모두 천기저귀 육아를 경험한 집이다 보니 고맙게도 남편조차 그런가 보다며 천기저귀 사용에 동참했다.


남편과 나의 어린시절 사진을 펼쳐보면 둘다 천기저귀를 입은 사진을 볼수가 있다.

나의 경우 기저귀커버에 소창, 남편은 통통한 노란 고무줄에 소창을 끼우고 짜개바지를 입고 있다.

( 남편의 사진은 허락을 받고 올렸다. 어차피 저 사진으로는 아무도 자신을 찾을수 없을거라며 웃었다. )

어머니 말씀에 당시에는 천기저귀든 일회용 기저귀든 지금에 비해 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질나쁜 일회용을 쓸바에는 차라리 천기저귀가 훨씬 나았다고 한다.

나를 키우기 위해 소창을 떼서 직접 기저귀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기저귀 커버만큼은 고뇌가 많았다고 한다.

기성품은 거칠고 사용하기 나빠 애를 먹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미국에 다녀올 일이 있는 지인에게 어렵사리 기저귀와 커버를 구하게 되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바다건너 온 기저귀는 과연 보드랍고 도톰한것이 아주 끝내줬다며 어머니가 지금까지 미국산이라면 따봉을 외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천기저귀의 스타일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다.

취향에 따라 조합이 다를뿐 부드럽고 잘 마르는 원단에, 커버를 사용하여 기저귀를 입힌다.

다만 요즘은 기술에 발달에 따라 자연스레 진화된 기능성 원단과 예쁜 커버로 감성 육아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아이의 보드라운 엉덩이 유지와 더불어 어여쁜 스타일링을 하는 재미가 추가되었다.

보시라 이 아름다운 기저귀들을..!








둘째의 천기저귀들





인스타

@drawing.m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