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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익허브 Jan 22. 2024

알고리즘의 중독성, ‘개인 의지’에 맡겨둬도 될까

미션46. '중독 비즈니스'를 막아라

출처: 셔터스톡 (로열티 프리)



새로운 중독물질의 등장


요새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입니다. '도파민 중독'이 문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가 화제가 되고, 통신 주파수가 터지지 않는 숙소가 '힐링스폿'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성인들이 자발적으로 스마트폰 이용 제한을 원하는 건 그만큼 일상에서 문제점을 느끼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디지털 디톡스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어떨까요? 



스마트폰 중독 어린이·10대 지속적 증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워하거나 스마트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초등학교 4학년생과 중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만명 이상이 과의존사용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초등학생 중에서 과의존 위험군 학생 비율이 지난해보다 16%가량 늘었습니다. 신현영 국회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세 이하 어린이의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건수가 133% 늘었다고 해요. 폭발적인 수치죠. 



어린이 스마트폰 사용은 뇌발달에 악영향

ADHD 유발 가능성도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학업이나 교우관계 유지 등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뇌발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뇌발달이 급속하게 일어나는 영유아기에는 스마트폰이 뇌발달에 치명적이라고 해요. 뇌의 특정 부분이 발달하지 못하게 하거나 불균형한 발달을 초래하고, 전두엽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합니다.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이 ADHD 유병률을 높인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화면에 하루 2~3시간 이상 노출된 어린이는 한시간 이하로 노출된 어린이에 비해 어휘 습득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었고요, 10대 청소년 사이에선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강박증,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료: 한국교원대 산학협력단, 한겨레




해외에선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제 시행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해외에선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가 생겨나고 있어요. 대만은 2015년 ‘아동·청소년 복지 권익 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24개월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어요.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 텔레비전 등이 디지털 기기에 포함되고 이 법을 어긴 부모는 최대 5만 대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돼요. 한화로 약 207만원 입니다. 프랑스도 하원에서 디톡스법이 통과되면서 3~15세 이하의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할 수 없도록 했어요. 중국 정부도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2시간 넘게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중독 알고리즘' 빅테크 기업들에 줄소송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될수록 돈을 벌게 되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제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지난 10월 미국의 41개주 정부는 지방법원과 연방법원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회사인 메타 플랫폼스를 고소했어요. 주 정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기반 무한 스크롤 기능과 좋아요 기능이 중독을 유발한다고 주장했죠. 작년 7월에는 미국 전역의 교육청 200곳이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가 미성년자의 정신건강 위기를 초래했다며 모회사들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요.


빅테크 기업들이 어린이·청소년들이 정신건강 피해를 유발해 돈을 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에요. 페이스북에서 알고리즘 관련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인스타그램이 10대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10대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비참함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조사결과를 알면서도 이를 조장하는 알고리즘을 방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어요. 하우건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경영진이 이용자의 안전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태도에 분노해 내부고발자가 되었다고 했죠.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의 시선을 더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연구를 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랜시스 하우건은 2021년 10월 5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시민 안전보다 기업 이윤을 우선시하는 알고리즘을 작동시켜왔다”고 증언했다. 워싱턴DC/AP 연합뉴스



 

'중독 비즈니스'를 막아라


SNS를 사용하고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모두의 일상이 되어버린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 그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그 부작용에 아이들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보호자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가장 취약할 겁니다. 정부 조사에서도 나이가 어릴수록,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디지털 기기 중독 위험이 가장 높았어요.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려는 사용자의 노력과 이를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원인 제공자인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우리 사회가 약물, 술 등의 판매를 규제하듯이 말이에요.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숏폼에 중독된 사회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구별해내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숙의'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모두를 위협하면서 빅테크 기업들만 배를 불리는 '중독 비즈니스'에 제동이 걸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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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요한 하리. 2023. 「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 

서울신문. 15-04-13. [어릴수록 없을수록 스마트폰 중독]. 

연합뉴스. 23-09-29. ["어린이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 5년만에 두배 이상↑"]. 

디지털투데이. 23-10-25. ["페북·인스타가 청소년 정신건강 망가뜨려"…美 41개 주, 메타에 집단 소송]. 

동아일보. 23-10-26. [美 41개주 “페북-인스타, 청소년 중독 유발” 집단소송]. 

한겨레. 21-10-18. [“극단주의 조장” 사악한 SNS 알고리즘 고칠 수 있을까]. 

한겨레. 24-01-15. [대만, 2살 안 된 아기 스마트폰 보여주면 벌금 207만원]. 

한겨레. 24-01-15. [10대 중독으로 돈 버는 빅테크…미 40여개주 소송전]. 

한겨레. 24-01-15. [“선생님, 비교가 뭐예요?”…스마트폰 쥔 ‘도파민 인류’ 어휘를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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