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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익허브 Jan 29. 2024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희생된 사람들

미션47.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하라

벼랑 끝으로 내몰린 발전소 노동자


한국남동발전의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 A씨. 지난 2021년 A씨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A씨는 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이직을 위한 자격증 준비와 일을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동료들과 노조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고용불안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2015년부터 삼천포발전본부에서 일하면서 3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연장으로 일자리를 유지해 왔고, 급여조차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발전소 정비 업무직으로 일하며 힘들게 아내와 어린 딸을 책임지던 A씨. 정부의 갑작스러운 화력 발전소 폐쇄 발표는 그를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삼천포화력발전소(1~6기)는 순차적으로 폐쇄되어 2028년에는 A씨가 몸담고 있는 삼천포발전본부 6호기가 폐쇄되고 LNG 발전소로 전환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발표에 A씨는 일과 이직을 위한 시험준비를 병행해 왔고, 지난 21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A씨가 일하던 삼천포화력발전본부. 출처: KBS News 화면 캡처



고위험에 저임금… 미래까지 불안해진 하청업체 직원들


화력발전소 주변에는 A씨와 같은 걱정을 하는 노동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위험한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지금 일하고 있는 일자리마저 사라질까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2018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발전 5사(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40%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비정규직은 하청에 하청을 거치며 급여가 본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2019년 발전사 정규직은 1명당 평균 8천700만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경상정비 2차 협력사 노동자는 2천689만원 수준으로 발전사 정규직의 31% 수준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발전소 비정규직은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지만 더욱 위험한 업무를 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연료운전, 경상정비, 소방방재, 경비 등 위험도가 높은 업무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한 노동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발전소 안전사고는 346건으로 이 중 337건(97%)에서 비정규직이 다치거나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노동자 40명 중 37명(92%)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또한 발전소 주변에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이 대량 발생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삼천포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사천시, 고성군)과 창원∙진주 지역의 나프탈렌 대사물질 농도 비교. 나프탈렌 대사물질은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출처: KBS News


고위험, 저임금 구조에 빠진 발전소 노동자들이 정부의 발전소 폐쇄 정책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국 석탄발전소 58기 중 노후된 28기는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합니다. 화력발전소 폐쇄를 통해 32%가량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2030년에는 19.7%, 2036년에는 14.4%로 줄여간다는 계획입니다.


친환경도 좋지만 문제는 약 1만 5000명의 노동자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1만 5천여명의 발전소 노동자 중, 발전소 폐쇄 시 일자리를 잃는 피해는 비정규직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석탄발전소에서 LNG 발전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재배치되지 못하고 감축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협력사 비정규직 노동자였기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전환 외치고 있다고 하지만… 위태위태한 노동계 목소리


정부는 발전소 노동자와 같이 급격한 산업 전환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화력발전노동자, 지역의 소상공인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우리가 탄소중립으로 나아갈 때 잊으면 안되는 원칙입니다.


이에 올해 4월 탄소 중립 과정에서 발생할 일자리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산업전환 고용안정법)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월 20일까지 산업전환 고용안정법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산업전환 고용안정법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실직 등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직업 전환 지원 등을 처음으로 명시한 법률입니다. 법률에 따라 노동부 장관은 5년마다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습니다. 산업 전환으로 인한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의 의견과 타협이 지원책을 만드는 과정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는 ‘산업전환 고용안정 전문위원회’의 구성입니다. 시행령 제정안에는 해당 위원회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정부가 법령의 제약 없이 자의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노동자의 목소리가 빠진 채 산업 전환 속 관련 논의가 이뤄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전문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고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노동자들을 위해… 정의로운 전환 이뤄져야


2050 탄소중립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국가 목표임에 틀림없습니다. 극심한 더위와 가뭄 그리고 한파 등 기후위기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희생된 노동자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들이 전환된 산업으로 안착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은 필수입니다. 정부의 지원은 발전소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자동차가 늘어나며, 주유소와 내연기관 자동차 정비 업계도 무너지고 있어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친환경 정책이 등장함에 따라 전환에 따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모두 친환경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모두와 함께 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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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KBS News. 2021. “삼천포화력 주민 건강 ‘빨간불’…“장기적 노출 정밀조사 필요”” 

국민일보. 2023. “사라지는 석탄발전소… 1만5000여명 일자리는 어쩌나” 

매일노동뉴스. 2018. "'위험의 외주화' 청년 비정규직 또 죽였다" 

매일노동뉴스. 2024. “[화력발전 비정규직 비망록 ⑤-1] 발전소 비정규직 처우개선 어디쯤 와 있나” 

서울신문. 2021. “김용균 3주기 다가오지만… 위험의 외주화 현재 진행형” 

세계일보. 2018. ““발전소 10명 중 4명 하청 비정규직… 고위험군 집중, 연봉은 3분의 1”” 

오마이뉴스. 2021. ""사망한 삼천포발전소 노동자는 3개월 쪼개기 계약직"" 

오마이뉴스. 2021. "삼천포발전 30대 노동자 사망... 노동계, '발전소 폐쇄 대책' 요구" 

프레시안. 2022. “일자리 대책 없이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비정규직 70% 실직” 

한겨레. 2024. “탄소중립 사회 ‘정의로운 전환’ 입법…정작 노동자 목소리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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