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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익허브 Sep 09. 2024

前대법원장도 전관변호사... 사법신뢰 어디까지 추락하나

미션79. 전관 변호사를 막아라

양승태, ‘대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로 돌아오다

‘사법 농단’으로 기소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본격적인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추락사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건설사의 상고심 사건을 수임하게 된 건데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그가 대법원장 시절 지휘하던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재판에서 피고 측 변호인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사법부의 정점에 있고, 대법원장은 그 안에서도 최고 권위를 가졌던 인물인데 변호사가 되어 대법원 재판을 수임하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행보가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사법부 신뢰를 더 추락시킨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사진 출처: 공동취재단, 한겨레 기사 [사법농단 일부 인정했지만…양승태 아닌 참모들 책임만 물은 법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1년 대법원장 자리에 오르기 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전관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 전 법관을 대표해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전관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는 ‘전관을 없애는 것이 근본대책’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대법원장 자리에 올랐는데요, 퇴임 후 전관 변호사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것도 현존하는 유일한 ‘대법원장 출신 변호사’로요.


‘전관 취업’ 얼마나 더 당연해지고, 뻔뻔해질까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수장까지 퇴임 후 변호사로 일한다면, 다른 고위 법조인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자제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요. ‘대법원장도 아무렇지 않게 변호사 개업을 하는데, 다른 법관이라고 못할 일 있나’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얘기죠. 이미 대법관 자리만 놓고 봐도 퇴임 후 전관 변호사로 변신한 사례가 넘치고, 퇴임한 대법관은 ‘전관 중의 전관’이라 불리며 높은 몸값을 챙길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최한수(2024), 한겨레 기사 [법조 카르텔 깨려면…전관변호사 활동 투명성 높여라]




퇴임하면 공익활동 한다더니… 김앤장으로 가더라

법원행정처장 재임 때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았던 박병대 전 대법관과 첫 여성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김소영 대법관도 퇴임 후 국내 최대 로펌에 취업했는데요, 박 전 대법관은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 당시 “퇴임 후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여러 혜택을 공익적 목적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 결코 제 사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애쓰는 그런 행보를 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어요. 김 전 대법관도 후보자 시절 “대법관들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거나 공익적 활동을 하는 쪽으로 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고요. 이들의 ‘변신’이 참 민망하게 느껴지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박병대 · 김소영 전 대법관사진. 출처: 김앤장 홈페이지



대법관 같은 고위직은 소송대리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 필요

이제 법조계 고위직 인사들이 전관예우 문제를 우려해 ‘알아서’ 전관 변호사가 되지 않길 바라고만 있을 순 없어요. 대법관조차 퇴임 후 전관 변호사가 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고 있으니까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해외는 법관의 퇴임 후의 변호사 활동을 크게 제한하면서, 법관 종신 재직이나 70세 이상의 정년을 보장하는 모습이에요. 영국은 판사 임용 시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는 걸 임용 조건으로 내세우고요, 아일랜드는 퇴직 전 근무했던 법원에 대한 소송대리를 금지합니다. 싱가포르는 상급법원 판사로 3년 이상 재직하면 모든 법원에서 소송대리가 영구 제한돼요.

반면 우리나라는 고위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법관을 예로 들면, 대법관 이상은 퇴임 이후 3년 동안 취업심사 대상이 되어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대형로펌에 취업할 수 없는데요, 이에 대해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한국처럼 좁은 사회에서 몇 년 지났다고 그 사람이 대법관 했는지 여부를 모를 수 있느냐”며 “3년 뒤라고 해도 대법관의 영향력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실제 로펌들도 취업제한 기간 3년이 지난 대법관들을 모셔가고 있고요.


▲2000~2015년 퇴임했던 대법관 35명의 진로. 출처: 한겨레 [권력 누린 대법관, 퇴임 뒤엔 ‘고액 수임’…변협 반발 초래]





영국은 법관들 스스로 강력 규제 요구하는데…
한국은 ‘왜 우리만 규제하냐’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관련 법안이 나올 때마다 반발이 커 제도 변화가 쉽지 않습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왜 대법관에게만 제한을 가하냐’는 등의 반대 목소리가 주로 나오죠. 법관의 변호사 활동이 금지돼 있는 영국에선 2004년 법무부가 퇴직 법관의 개업을 허가하려는 시도를 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데요, 이때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람들이 법관들이에요. ‘사법부위 지위와 법관의 독립성이 약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개업을 허가하지 말라’는 거였죠. 어떤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강력한 권한을 법원이 가진 만큼, 우리나라 법관들도 전관예우를 뿌리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걸까요?



출처: 로이슈 [하창우 변협회장 “대법관 출신 변호사 도장값 기막힌 전관비리”]




퇴임 후 ‘높은 몸값’ 알면서...
‘전관예우는 없다’는 법관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2016년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6년 간 수임사건을 전수 조사해 분석한 적이 있는데요, 대법관의 고교 동문 연고나 대법관 재직기간 연고에 의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 수임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해요. 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수임한 사건의 44%가 함께 근무한 적 있는 대법관이 주심인 사건이었죠. 서울변호사협회가 서울 지역 변호사를 대상으로 전관예우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이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전관예우 문제는 절대 가릴 수 없는 현실이지만, 법관들은 아직도 전관예우의 존재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정화 전 대법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법관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 안 해봤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어요. 전관예우의 존재를 부정하는 판사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고 있다’고 내세우기만 하면 사법부의 위상이 지켜질 거라고 생각 하는 것 같은데요, 퇴직 후 높은 몸값을 받으며 활동하는 전관변호사가 사라져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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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겨레. 15-03-24. [권력 누린 대법관, 퇴임 뒤엔 ‘고액 수임’…변협 반발 초래].
이데일리. 16-09-30. ['전관 중의 전관' 대법관 출신 변호사 사건수임 '부익부 빈익빈'].
한겨레. 18-03-10. [이재용도 원했던 전직 대법관의 '도장파워'].
한국경제. 19-06-24. ["전관예우 없애려면 평생법관제 도입해야"].
헤럴드경제. 21-01-21. [취업기간 제한 불구…대형로펌 ‘대법관 모시기’ 치열].
한겨레. 21-09-23. [‘도장값’만 수천만원? 또다시 입길 오른 대법관 전관예우].
경향신문. 22-02-10. [대법관 퇴임 후 공익활동 하겠다더니…박병대·김소영, 김앤장행 ‘전관 파워’].
법률저널. 23-06-02.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13)-‘대법관 변호사 개업’ 당장 금지해야!].
데일리안. 24-03-08. ["돈까지 벌려 하나…로펌 직행 양승태·여운국, 전관예우 막을 법령 시급"].
아주경제. 24-05-09. [양승태, 현존 유일 대법원장 출신 변호사…8년 만에 '독보적 전관' 나왔다].
한겨레. 24-06-13. [법조 카르텔 깨려면…전관변호사 활동 투명성 높여라].
동아일보. 24-07-29. [양승태 前대법원장, 변호사 활동 시작… 대법 사건 변론].
뉴시스. 24-07-29. [양승태 前대법원장, 한신공영 대법 사건 변호인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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