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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익허브 Oct 07. 2024

간병비만 400만원? 간병으로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

미션83. 돌봄기본권을 보장하라

공익허브는 매주 월요일 ‘미션 100’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제도적 변화 100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지난 2일, 말기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를 병간호하던 70대 남성 A씨가 아내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며 “십수년간 아내를 병간호해 왔지만,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랬다”라고 진술했습니다. 간병으로 인해 가족까지 살해하는 비극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대학생 B씨는 전신마비가 된 아버지를 간병하다 병원비와 월세·공공요금 등이 연체되어 매일을 빚 독촉에 시달리는 생활을 보냈다고 합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B씨는 치료비 부담 등을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케 했습니다. 


간병에 지쳐 가족까지 살해하는 ‘간병 비극’. 전문가들은 ‘간병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방치하면 우리 사회를 무너뜨릴 주요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간병 비극’ 해마다 늘어날 수도, 간병으로 무너지는 우리 사회


한국은행이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간병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데에 사용한 월 평균 비용은 370여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40~50대 가구의 중위소득 절반을 훨씬 웃도는 금액입니다. 가족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아프면, 생업을 포기하고 아픈 사람을 돌봐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2022년 월 평균 간병비와 40~60대 가구 중위소득. 출처: 한국은행


전문가들은 미래의 간병 비용이 생업 포기는 물론 가구가 파산할 정도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의 학생 수가 30명에서 10명으로 줄고, 유치원이 있던 건물이 요양원 건물로 바뀐 사진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간병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공급이 낮아짐에 따라 간병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의 예측에 따르면 20년 뒤에는 간병 수요 대비 약 15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간병이 힘든 중증 환자의 경우 “월 400만을 줘도 간병인을 구하지 못했다”라는 소리가 나오는데미래의 간병비는 얼마나 오르게 될까요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간병비 등의 부담으로 인해 연간 40여 건, 거의 1주에 한 번꼴로 간병 살인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돌봄 시장의 수요 공급 전망. 출처: 한국은행



대통령이 약속까지 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갈팡질팡


간병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은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간병비 부담 완화는 대통령의 주요 공약 사항이기도 했지만, 정부가 스스로 약속했던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국회 역시 각종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통과된 것은 거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자신들의 ‘1호 법안’으로 간병비 급여화 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의료급여와 요양급여 대상에 간병을 추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저소득층이 간병 요양급여를 받을 경우 본인 일부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안도 포함되었습니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다수의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방안도 제시되었으나, 정부의 예산 압박으로 인해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병비 지원 관련 22대 국회의원안. 출처: 의안정보시스템



고령화 사회, 돌봄기본권이 필요하다


사회의 고령화에 따라 돌봄기본권 보장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소득불평등과 OECD 최상위권인 노인빈곤율을 고려하면 돌봄기본권의 부재는 큰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치매와 암 발병률의 증가도 간병 문제를 악화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작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인 가운데, 2050년에는 5명에 1명꼴로 치매 환자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돌봄 위기는 우리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돌봄기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치매와 암 등 다양한 돌봄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보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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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경향신문. 22-03-31. [“생활고에 뇌출혈 아버지 방치…‘간병 살인’ 청년 징역 4년 확정”]

동아일보. 23-11-13. [[횡설수설/김재영]‘노인대국’ 일본의 ‘간병 대란’]

매일신문. 24-09-13. [[사설] 1천만 노인 가구 시대, 간병 문제 해결 시급하다]

매일신문. 24-10-02. [“"말기암 아내 병간호 지쳐"…간병 살인 시도 후 자수한 70대”] 

중앙일보. 24-10-03. [月400만원에도 못 구한다는 간병인…"日처럼 하자" 나온 목소리]

청년의사. 24.06.06. [22대 국회 ‘간병비 급여화’ 급물살…‘패키지’ 법안 쏟아져]

코메디닷컴. 24-09-30. [시행 10년차 맞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성과 ‘지지부진’ 왜?]

한국은행. 2024.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SBS Biz. 24-09-11. [내년 요양병원 간병지원 예산 ‘싹둑’… 보험사는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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