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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Mar 17. 2022

또 눈물이 글썽

이유 모를 우울함의 기록 2

오늘은 이번 달 중에 제일 괜찮은 날이었다. 기분이 그렇게 쳐지지도 않고, 아침부터 초코우유도 챙겨 먹고, 점심 땐 볶음밥을 데워 먹고, 저녁에는 불닭볶음면도 끓여 먹었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게 정말 힘든 사람이었는데 이 정도면 훌륭했다.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유튜브로 영상을 보면서 깔깔거리다가 출연자들의 순수함에 눈물이 글썽, 순수함인지 뭔지 갑자기 울컥해서 또 눈물이 고였다가 금방 진정됐다. 괜히 울적한 기분이 들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오전은 좀 정신 없었다. 안 그래도 시스템 문제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10분 안에 끝냈을 일을, 요즘은 5분 간격을 두고 처리하다 보니 20분~30분씩 걸려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내가 입사하기도 전에 벌려놓은 일들을 이제 처리한다고 다시 정리하다 보니, 거래처에서도 다시 문의가 오고, 갑자기 새로 이슈가 생기기도 하고.


예전에 다른 일을 할 때는 외근이 엄청 많았다. 하루에 일정이 세 개나 되고, 서울을 횡단하면서 바쁘게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차라리 일이 바쁘려면 그렇게 몸이 바쁜 게 좋은 것 같다. 신경 써야 할 일은 잔뜩인데 하나 정리하려고 하면 새로운 일이 들어오고 또 새로운 일이 생기고 그러니까 너무 정신 없었다. 거기에 내 무기력함까지 더해져서 더 일이 쌓이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


그렇게 오전 내내 바빴기 때문에 점심 때는 일부러 쉬었다. 더 붙잡혀 있기 싫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랑도 잠깐 통화하고. 낮잠을 잔 건 아닌데, 곧 잠들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깨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중간쯤에서 누워 있다가 업무 처리할 게 생겨서 앉아 있었다. 그래도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은 떨칠 수가 없었다. 일부러 친구들한테도 연락했는데 다들 바쁜지 답이 늦고,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기분은 괜히 싱숭생숭했다.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라서 정리해 둔 쓰레기도 버리고, 미뤘던 설거지도 끝내고, 날파리가 가득한 화장실 청소도 하고. 나름대로 몸을 움직였다. 그래 봐야 원룸 안에서 움직인 게 다였지만.


오후가 꽤나 한가해서 저녁에는 자전거라도 타고 올까 했는데, 친구한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찰나에 업무 연락이 와서 붙잡혔다. 하루 중에 제일 기분 나빴던 순간인 것 같다. 두 번째로 기분 나빴던 순간은 방금 연락 와서 또 새로운 업무를 예고하는 듯한 말을 해서. 근무 시간이 안 정해져 있으니 언제든 연락하든 게 당연시 되는 것 같은데 내 프라이버시가 없는 느낌이라 너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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