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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Jan 22. 2021

예능 대신 '브루클린 나인나인'

최애 미드 중 하나를 소개한다.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브루클린 나인나인'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보기 시작했을까. 나는 친구가 이거 재미있다고, 첫 시즌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즌2나 시즌3은 재미있다며 추천해줘서 보게 됐다.


사람마다 유머 코드가 다르겠지만 '브루클린 나인나인'은 완전 내 취향을 저격했다. 박장대소할 만큼 웃긴 코미디를 기대하면 안 된다. 내 친구가 소개해준 것처럼,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면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그들의 B급 코미디가 연속적으로 쏟아져서 어느새 허허실실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시즌6가 공개됐더라.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무심코 넷플릭스에서 영화나 볼까, 하고 로그인 했다가 새 시즌이 공개된 걸 알게 됐다. 거의 3일 만에 다 본 것 같다. 주말에 밥 먹으면서 예능 대신에 조금 봤던 건데 총 18회가 그렇게 짧게 느껴질 줄 몰랐다. 한 회마다 20여 분의 분량이라 그런가.


시즌5를 보면서 제이크와 에밀리가 결혼하길래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얼마나 아쉬웠던지. 다음 시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이번 시즌6에서는 홀트 서장이 제일 웃긴 듯. 홀트 캐릭터가 첫 등장부터 되게 깐깐한 상사여서, 첫인상부터 단박에 좋아지는 캐릭터는 아니고 보면 볼수록 웃긴데 이번에 정점을 찍는 것 같다. 푸어 홀트.


시즌6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성범죄에 대해서도 한 에피소드를 할애하며 다룬다. 이 드라마가 다루는 다양한 사건에 한 꼭지를 차지하다니! 지난 시즌에서는 홀트가 경찰서장직에 출마하는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흑인에 대한 차별 문제를 담아냈는데 이번에는 에이미가 맡게 된 하나의 사건으로 성추행 사건이 소개됐다.


인종 차별, 성 차별 등 어떻게 보면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도 '브루클린 나인나인'은 특유의 톤 앤 매너로 전달한다. 그래서 마냥 웃기기만 한 코미디는 아니고, 코미디 속에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을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특히 여기 등장하는 캐릭터가 말 그대로 정말 '강렬한' 개성을 갖고 있고 그런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제이크가 그나마 평범한 축에 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 찰스는 어딘가 극성맞은 구석이 있어서 내 절친으로 삼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캐릭터이고, 모든 면에서 우등생처럼 보이는 에이미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강박이 엄청나서 유별나 보인다. 그냥 카리스마의 수준을 넘어선 로사나 '근육 바보' 테리까지. 


전형적인 루저 캐릭터로 항상 무능함을 뽐내던 히치콕과 스컬리도 여전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스치듯 과거 시절이 나온다. 젊은 히치콕과, 젊은 스컬리의 콤비 플레이. 짧은 분량이었지만 제이크의 대사처럼 '대체 왜 저렇게 된 거야?'가 절로 나온다.


비서였던 지나도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인데, 이제 경찰서를 떠나게 되면서 좀 아쉽게 됐다. 평범한 대사도 평범하지 않게 하는 게 지나의 매력이었는데. '내가 뭐랬어?',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같은 평범한 대사도 지나가 하면 한 장의 후드티 문구로 탄생한다. 맞춤 제작한 옷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지나의 말본새란. 정말 배우고 싶다. 서를 떠나면서도 자신의 동상을 세워놓는데, 에피소드 내내 한 켠에 서 있는 지나 동상이 제대로 시선 강탈이었음.


쓰다가 역할 이름이 생각 안 나서 잠깐 검색해 봤는데, 지금 시즌8까지 방송됐다고 한다. 긴 에피소드로 이어가는 것보다 짧게 짧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줘서 한 편의 예능 보듯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거기다 등장인물도 워낙 다양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라 우당탕탕 나인나인 관할서의 이야기가 계속돼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시즌9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해서 다음 시즌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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