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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Jan 16. 2021

그래도 나는 너를, '이터널 선샤인'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이터널 선샤인'을 이제야 봤다. 그동안 정말 궁금했다. 이 영화가 왜 그렇게 인생 영화라고 하는지, 대체 어떤 영화길래 명작이라고 하는 걸까. 언젠가 꼭 보고 싶은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 로맨스 영화의 잔잔한 무드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지금까지 미뤄왔다. 마침 눈도 내리고 마음에도 찬 바람이 부는 게, 이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아무 정보도 없이 플레이 시작. 


https://youtu.be/7wQStn7WbvU


영화를 보고 있으니까 이 노래가 생각나서 반가웠다. 싸이월드 시절, 나름대로 유명한 bgm 중 한 곡 아니었는지. 원써겐&팻두의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 시리즈. 내가 가져온 영상은 3편인데 4편까지 있는 것 같더라. 이 노래도 '이터널 선샤인'의 영향을 받았을까? ('이터널 선샤인'은 2004년 개봉작,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 첫 번째 곡은 2011년 발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꼭 이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도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기억을 지우려고 할까? 나는 어떤 기억이든 지워지는 게 좀 아까워서, 그냥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잊혀지는 기억도 있는데, 굳이 찾아가서 지우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 어리둥절했다. 영화 속 시점이 현재와 추억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이게 현실이었던가 저게 추억이었던가 하면서 봤다. 그러다 마지막 10분 정도를 남겨두고 갑자기 머리가 멍한 기분이 들었달까. 결국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거구나! 영화를 보는 내내 뭐야, 무슨 상황이야, 또 어디야, 무슨 추억이야, 하다가 갑자기 그렇게 혼란스러운 것들이 한 번에 정리되면서 영화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10여 분을 남겨두고. 



그냥, 영화를 보는 내내 조엘과 클레멘타인 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장면에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아서 더욱 이입해서 봤다. 연애 초반에는 그저 완벽한 사람이고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는 모습만 보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런 점들이 거슬리게 된다는 것.


특히 클레멘타인의 '나랑 있으면 그렇게 된다'는 대사가 더욱 마음 아팠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클레멘타인의 대사가 마음에 꽂혀서 한참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나랑 있으면 그렇게 된다'는 말이 '다른 사람이랑 있으면 그렇지 않을 텐데'라는 말로 들려서.


서로 녹취록을 듣게 되는 장면부터 배경음악으로 '클레멘타인'이 흘러나오는데, 그게 꼭 조엘의 기억 속 클레멘타인을 다시 불러오는 음악처럼 들려서 더 좋았다. 출연진도 익숙한 배우들이라 흥미롭게 봤다. '헐크'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 '반지의 제왕', '호빗'의 프로도였던 일라이저 우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엠제이 역으로 나왔던 커스틴 던스트까지.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기억을 삭제한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에서는 단순하지 않게 보여줘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혼자 집중해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명작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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