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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Jan 11. 2021

'데블'식 정의 구현

우연을 가장한 계획된 초대.
이 안에 갇힌 다섯 명 중 하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 중 정체를 숨기고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한창 '어몽어스'라는 게임이 유행할 당시에 이 영화를 봤다. 영화 소개글에서 말해주듯, 엘리베이터 안 다섯 명 중 누군가는 인간으로 변신한 다른 존재일 뿐. 그들 사이에서 공포를 조성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여기까지만 알고 봤더니 시작부터 '누가 다른 존재일까?' 추리하기 바빠지더라. 너무 착해도 의심스럽고, 너무 까탈스러워도 의심스러운,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래도 저 사람은 아니겠지' 하면서 한 명씩 소거되는 부분이 있어서 결국 제일 유력한 후보들이 남았는데 결말에서 내 추리는 완전히 빗나갔다.


영화를 보고 내가 재미있게 봤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 러닝 타임을 확인할 때다. '벌써 끝?' 이런 생각이 들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다는 거다. 이 영화가 그랬다. 공포 장르의 특징적인 서스펜스도 그렇고, 악마의 존재를 추리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서인지 계속 마음 졸이며 보다 시간을 확인했더니 종료 10분 전이었다. 벌써 끝난다고?


다만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은 80분으로, 다른 영화와 비교하면 짧은 편이다. 그래도 한 시간이 넘는 영화가 짧게 느껴진다면 선방한 것 아닌가.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공포 영화로, 내용은 단순하지만 몰입감이 엄청났다. 가볍게 보고 싶은 넷플릭스 공포 영화를 찾는다면 '데블'을 추천하고 싶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를 본 지 두어 달 정도 지나서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한 명 다 빼고 죽는다. 나는 경비원 복장을 하고 있던 사람을 악마로 추리했었는데, 아니면 군인 출신 아저씨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다. 경비원은 그냥 그 다섯 명 중에 가장 장소와 연관도가 높은 인물이라, 계획적으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찍기 시작.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갇히자마자 너무 무섭다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 다른 아저씨를 의심하게 됨.


그 아저씨는 비교적 마지막 순서에 죽었다. 다 죽어가는데 오래 살아남는 것도 이상하니까, 역시 군인 출신이라는 점이 복선이었나?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악마일 거라 의심했는데 그도 그냥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 다섯 명이 재수 없게 선택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다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다. 누구는 뺑소니를 하고 누구는 소매치기를 하고 누구는 사기를 치고, 저마다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법의 처벌을 피했더라도 죄를 짓고는 편하게 살 수 없는 거지. 악마가 불러낼 만했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덜 공포스러웠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단순한 권선징악이 재미도 없고 아쉬움을 남겼다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죄 지은 놈만 골라서 죽인다. 얼마나 판타지스러운지. 영화가 끝나고 나니 '역시 착하게 살아야 돼'라는 교훈까지 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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