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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트리체 Jun 20. 2021

박사 2년차,때려치기로 결심하다

왜 때문에 공부를 하세요?

네덜란드에서 두번째로 보낸 여름, 근 한달동안 논문을 쳐다도보지 않았다. 마음 졸이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겨우 신청했던 장학금이고 마지막이었던 2차에서 떨어졌던터라 더 실망스러웠다. 이 아쉬움은 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과연 내가 하고 있는 공부가 가치가 있는지 아니, 내가 박사과정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2016년 8월 여름 네덜란드에서 한달 내내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을 찾았는지, 인생을 목적을 찾았는지 들어보려고 여러 책들만 뒤적였다. 특히 남자친구를 제일 많이 괴롭혔는데 밤 12시든 아침 8시든 


"대체 인생이란 뭐야" 라는 질문을 술도 안취했는데 매번 물어보았다. 


그 때 남자친구가 마침 적절한 제안을 했다.  


“크리스티나에게 물어보면 어때?” 


남자친구의 담당 교수인 크리스티나는 내가 본 최고의 신여성이다. 추친력이며 사교력 그리고 사소한 것은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시원시원한 성격은 물론 더 중요한 건 남자들만 살아남는 대학교에서 실력으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여자 '사람' 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히스테릭” .  남자 교수들이 화를 내면 '오 강단있네' 라고 생각하면서 같은 상황에서 여 교수가 화를 내면 ‘오늘 그날이야’,  ‘저 교수 역시 히스테리가 심하네’ 라고 생각한다고. 

 



2013년 12월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면서부터 내 목표는 항상 한가지였다. 박사공부를 하는 것. 지루한 어학연수를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있었던 향수병을 잊고 지내게 만든 것도 오직 그 목표하나 뿐이였다. 3년 뒤 드디어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의문이 생겼다. 


나는 왜 그렇게 공부를 하고싶어했을까?  

교수가 되는것이 꿈도 안니데 왜 박사과정을 하고싶어했을까? 

그럼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이러면 무슨 직업을 우연찮게 가지고 난 뒤에 어, 이게 아닌데? 하진 않을까?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공부한 교수는 이유를 가지고 있을까? 


이제 껏 공부를 한 이유는 호기심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궁금하니까 더 궁금한 사람이 직접 우물 파고있는 거지 뭐. 크리스티나에게 왜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는디 대체 크리스티나의 인생 목적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크리스티나의 진솔한 답은 내가 있던 우물 벽을 허물었다.  자신이 공부하는 첫번째 이유는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지식이 후대 연구자들에게는 큰 강물로 키울 수 있는 물꼬가 되는것, 큰 바다의 작고 미약한 시작이 되는 것이라고. 

오직 나의 인생이라도 나만을 위한 목적이 아닌 나와 남을 위한 목적이 생길때 그때 드디어 살만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우물 밖을 드디어 벗어난 개구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목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괜찮다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겨우 이제야 알 것 같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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