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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Jun 03. 2021

우울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다이어트

 얼마 전 친구가 통화를 하다가 말했다.

“난 인스타 보고 나면 너무 우울해서 요즘 잘 안 들어가..”



싸이월드, 페이스북에 이어 대표적으로 이용하는 SNS가 인스타그램으로 바뀌었을 무렵, 처음 해시태그라는 기능을 알게 되고 초반에는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소소한 일상 사진을 올렸다. 내가 먹은 음식, 갔던 장소들이 기록에 남는 것 같아 뿌듯했고, 좋아요를 받을 때마다 셀럽이라도 된 듯 기분이 좋았다.


인스타에 올리고 싶은 오늘의 사진

하지만, 인스타를 이용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면 가끔 우울해지는 느낌이 든다.

철저히 편집된 일상, 거름망에 넣어 행복만 짜깁기돼있는 사진, 모두 다 금수저인듯한 호화로운 휴가. 서로가 인복이 넘치는 사람임을 강조하는 글들. 뜻밖의 행운이 연이어 터지는 삶. 살면서 저지르는 실수라고는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오는 정도인, 귀엽고 인간미를 돋보이게 하는 사사로운 것이 전부인 일상.


실제 먹고 있는 모습


심지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카페에는 음식을 항공 샷을 찍기 쉽게, 지나칠정도로 높이가 낮아진 테이블이 비치되어있다. 어찌 보면 주객전도가 된 것이다. 좋은 공간에 가서 자연스럽게 찍힌 한 장의 사진이 아닌,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설계된 인테리어.


단순히 SNS 속에 남들이 행복해 보여서 우울한 것은 아니다. 희로애락이 골고루 묻어있어, 때론 달콤하기도, 씁쓸하기도 한 일생임이 당연한데 몇백 명의 행복과 설렘만 짜깁기된 인스타 플랫폼에 시간을 쓰고 있다 보면 “나빼곤 다 매일이 항상 행복한 건가?”라는 생각으로 상대적 우울감에 젖어들게 된다. SNS상의 파트너들은 대부분 사랑꾼이며 그 속의 시부모들은 아주 쿨하다. 그 속의 세상엔 코로나도 없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여행을 다닌다. 집콕하며 방역수칙을 지키는 사람은 오히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게까지 한다. 일상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자격지심 있는 사람들, 고부 갈등으로 스트레스받는 사람들은 온데간데없고 인스타그램에는 온통 쿨하고, 여유로우며, 행복감에 젖어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SNS는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으로 편집된 세상. 내면 끝 지하 어딘가의 어두운 공간과 진심은 어느 정도 감춰진 곳이다. 누군가는 그게 온전히 자기 기록용으로 쓴다고 말하지만, 정말 “기록”만이 목적이면 비공개된 혼자만의 공간에 올리지 않았을까. 실제로 SNS 구경에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SNS 속 이런 약간의 가식적인, 상대적 박탈감을 들게 하는 그런 면에 회의감을 느끼고 난 후, 나는 얼마 전부터 인스타그램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꼭 타인 이 그런 걸 올려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도 보여주고 싶은 면만 담았던 거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되서였다. 정말 주변인의 안부가 궁금할 때만 가. 끔 들어가기로 하였다.


어쩌면 차라리, 인스타그램의 행복 코스프레보다는 싸이월드의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감성이 더 솔직한 듯하다. 이제는 인스타그램 대신 하루 끝에 나만 볼 수 있는 솔직한 다이어리 한 줄씩이라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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