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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20. 2021

젤라또 먹으러 이태리 왔습니다만...

오늘의 젤라또

 

 작년 1월, 이탈리아로 향했다.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이런 팬데믹 상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예정돼있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게 앞으로 몇 년 간의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덕분에 다른 해외여행보다 더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듯하다.


흐려도 아름다운 피렌체 두오모

 

 어제 마침 이탈리아 전시회를 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방문했다.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작품, 이탈리아 사진들이 여행지별로 전시되어 있어 마치 짧은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모두 기억에 남아있다 생각했었지만, 막상 전시된 사진들을 보니 기억에 잊고 있었던 곳들이 떠올랐다.


 그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은 젤라또가 그려진 것들이었다. 젤라또 그림을 바라보던 엄마가 말했다.


“젤라또 더 많이 먹고 올 걸...”


 같이 이탈리아 여행을 했던 엄마는 여행 도중 틈만 나면 젤라또를 사먹으려던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에 오면 1일 1젤라또는 필수라며 엄마를 설득했지만, 엄마는 비슷한 걸 왜 굳이 자꾸 먹냐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머무른 시간이 9일이나 되었지만, 아쉽게도 엄마 눈치보느라 젤라또를 먹고 싶은 만큼 사먹지 못했다. 그랬던 엄마가 젤라또를 더 먹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트레비 분수와 망고젤라또


 이탈리아 젤라또는 크기나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2유로 ~4유로 정도이다. 젤라또(Gelato)는 ‘얼리다’라는 이태리어인 젤라 레(Gelare)에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16세기 중반 얼음에 소금 같은 얼음점 강하제를 혼합해서 동결시키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그때는 각자 집에서 조금씩 과일을 갈아 만들어 먹었는데 1927년에 오델로 카타브리가라는 사람이 젤라또를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면서 이탈리아 하면 젤라또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장인이 만드는 젤라또는 유지방 함유도도 낮고 얼음 결정도 들어있지 않아 깔끔하면서 쫀득한 특유의 맛이 있다.


 젤라또가 가득 그려진 작품들을 보고 있으니, 눈치 보지 말고 더 많이 먹을걸. 욕먹더라도 내 양껏 이것저것 골라서 먹고 올걸. 하는 후회가 뒤늦게 올라왔다.


 그동안, 남 눈치 본다고 하고 싶은 걸 참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했던 게 얼마나 많았는지도 생각해봤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분위기에 맞춰서 나를 억눌렀던 모든 순간도 나의 의지대로 선택한 결정이었다. 욕먹기 싫어서, 또는 일시적인 마찰이 싫어서 타인에게 맞춰줬던 순간들조차 모두 다 나의 선택이었다.


그림 속 젤라또

 

 젤라또가 뭐라고. 이런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지만, 난 그저 엄마를 보고 피식 웃어 보였다.


 매일의 하루를 살아가며 내가 놓쳤던 젤라또들은 얼마나 많이 쌓였을까? 다음번 여행길엔 젤라또를 배에 한껏 밀어 넣어야겠다.

 매일, 매 순간의 젤라또에 충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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