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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Jun 04. 2021

그녀가 8살 연하의 남자를 만나는 이유

30대의 연애

오랜만에 만난 친구 K가 그녀의 연애 근황을 업데이트해주었다. 꽤 오랜 기간 솔로였던 K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


“오 축하해~~ 몇 살이야?”

나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온 질문은 상대방의 나이였다. 왜 반사적으로 나이를 먼저 물었는지는 모르겠다. 직업이나 기타 질문은 첫 질문으로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나이 정도는 제일 무난한 질문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던 것 같다.


“ 좀 많이,,, 어려.”

“... 연하? 얼마큼 어리길래...”


동공이 약간 흔들리던 K는 이내 내뱉듯 대답을 했다.


“나보다,,, 8살 어려...”

“... 8살 어리면 몇 살인 거지?”


K의 예상 밖의 대답에 다소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8살 차이라는 나이차에 먼저 놀랐고, 그만큼이나 차이가 나도 생각보다는(?) 어리지 않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예상보다는 덤덤한 반응에 안심한 듯한 K의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보며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어떤 일 하는 분이셔?”

“... 무직이야.”


나는 연타로 두방을 맞은 느낌이 들었다. 한창 부모님 소개로 선보러 다닌다던 K의 연애치고는 너무나 의외였기 때문이다. 20대의 나이에 취준생인 경우는 요즘 워낙 많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사회생활을 한지 꽤 오래된 K가 무직인 8살 연하의 상대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K가 만약 연애를 이미 시작한 게 아니라, 시작 전에 고민 상담을 하는 거였다면 나의 반응이 조금 달랐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미 연애를 시작하였다는 건 어느 정도의 각오와, 결정이 따랐으리라는 생각에 K의 연애를 응원하기로 했다.


“어떤 점이 좋아?”
“그냥,,, 요즘 숨 쉬는 게 행복해...”
출처: unsplash

K의 눈망울은 더욱 반짝였고, 그녀의 수줍은 앞머리와 함께 K는 소녀처럼 웃고 있었다.


“네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난 응원할게.”

K 고맙다고 하였다.


‘행복’이라는 말을 하는 K를 보니, 혹시 가볍게 연애하려는 상대가 아닐까, 무작정 의지하고 싶어 하는 상대가 아닐까 우려했던 마음들이 조금은 녹아들었다.


K가 선택한 길이 행복하면 좋겠다. 험난한 여정이 되더라도 이따금씩 그가 그녀를 꽃밭으로 데려가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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