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직장인 이야기
유난히 해가 빨리 지는 겨울. 퇴근 길 하늘은 이미 칠흙같이 어두워져있다.
집에 거의 다다르면 어김없이 하늘 위로 파란색, 빨간색 점이 반짝거린다. 밤 비행기다.
퇴근길 낮은 고도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바로 머리 위를 지나간다.
어찌나 낮은지 그 몸체와 빨갛고 파랗게 반짝이는 양쪽 날개 불빛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동해와 낙동강 하구가 만나는 지점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모습에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벅차다.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며, 저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 무슨 연유로 돌아오며, 어디서 돌아오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여행의 마지막날까지 알차게 놀기위해서 늦은 밤에 도착하는 티겟을 끊었던 날.
여행 마지막 날 저녁,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좀비처럼 널부러져 있던 날. 밤 비행기를 기다리며 날이 저물어 울글불긋해졌던 비행장 하늘. 피곤에 쪄들어있으면서도 이 감정은 마음 어딘가 계속 보관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순간. 드디어 밤 비행기 탑승수속을 밟는 시간이 되자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빠르게 한 줄을 서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던 순간. 늦은 밤 김해공항에 도착하자 이제야 깊은 꿈에서 깬 듯 했던 순간.
퇴근 길 운전하는 차 앞을 가로질러 가는 비행기를 보며 그 때의 감정이 울렁인다.
여행은 여행이 끝나고 나서 그 추억을 되새기는 과정까지 포함이다. 그 추억을 꺼내게 만들어주는 퇴근 길은 나에게 여행의 유통기한을 연장해준다.
앞으로 있을 여행들로 인해 퇴근 길 마주치는 비행기와 함께 떠올릴 순간들이 더 많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