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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Mar 16. 2024

6개월만에 다시 우울증약 먹는 직장인, 어떤데

2년동안 우울증약을 먹다가

작년 9월부터 임의로 단약을 했다.

신혼집 이사 후에

병원이 너무 멀어졌다. 그리고 약없이

스스로 극복해보고싶었다.

올해 초 매일매일이 견디기가 힘들었다.

화장실에서 사무실로 다시 돌아갈땐

숨을 후후후쉬어야만 용기가 생겼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긴장되니 작은 외적인 스트레스도

크게 받아들여졌다.

모든게 어렵게 느껴지고 귀찮았다.

다시 죽음과 퇴사를 생각했다.

머리로는 버티고싶은데, 이 회사에서 경력을 이어나가고싶은데 매일이 살얼음판에 낭떠러지같았다.

분명 부담이 될만한 일이긴하지만

객관적으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인식되니, 그 자체가 또 슬펐다.

이것도 못이겨내다니. 이정도에 이렇게 흔들리다니.

퇴사를 하면 잃게 될 돈, 복지, 소속감도 겁난다.

지금은 절대 잃고싶지 않은게 내 진심이니까.

너무너무 회사가 무서운데 고통스러운데,

결과적으로는

문제없이 일을 해결하니 상급자들은 나를 좋게 평가했다. 그 사이의 간극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내 마음만 안정되면 모든게 순탄할 이 일상에

내 속만 매일 전시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시 항우울제, 항불안제 먹어요~~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불안과 우울의 굴레에서 허우적거리며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 시간이 아까웠다.

벅참이라던가 두근거림, 뭉클함, 설레는 긴장감을 가질 시기이다. 그저 초조해하고 멍하게 지내고 있으니.

사람답게 살고싶었다.

모두가 매일 매일 출근이 힘들다고 해도,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출근길에 차라리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은 아니지 않는가.

’아~ 회사가기싫다.‘라는 말을 나도 웃으면서 뱉고싶었다.

당장 일단 살자. 살기위해서 다시 약 먹어요..

결국 단약에 실패했지만

오늘을 조금 덜 힘들게

조금 더 웃으면서 살 수 있다면,

그럴 여지가 조금이라도 더 있다면

다시 약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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