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사진 찍어줘.”
라애는 요즘 지나가다 특정 장소라든지,
본인이 생각할 때 재밌는 표정이나 특이한 행동을 했을 때
저 말을 부쩍 자주 한다.
오늘도 아빠 슬리퍼를 신고는 힘들게 내 앞에 서서
눈을 가리고는
“아빠, 나 사진 찍어줘.”
라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사진을 찍었다.
“아빠, 나 보여줘.”
라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사진을 보여줬다.
그 순간,
잠시 시간이 멈춰진 걸 알아챘다.
아, 맞다.
라애는 숨바꼭질을 할 때 눈만 가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눈만 가리면 내가 다 안 보일 거라고 믿고 있던 라애였다.
몇 초 전까지도...
사진을 보고
시간이 잠시 멈춰진 걸 경험했다.
나도, 라애도.
그리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 사이,
라애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