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회생활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습니다!.
나의 첫 사회생활
이전 글들에서도 몇 번 언급했었지만 대학교 시절 막연히 나의 꿈은 목에 사원증을 거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게 왜 목표였을까 싶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나의 첫 사회생활은 외국계 쇼핑몰의 CS담당, 즉 고객 서비스 센터의 상담원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면접을 보면서도 CS가 뭔지도 몰랐고 면접관의 "CS는 남자분들은 잘 안 하시는데 하시려는 이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습니다!"라는 이상하게 당찬 대답을 하고 입사했었다.
팀원이 15명 정도 됐는데, 팀장, 부팀장을 포함해 모두 여성이었고 나를 포함해 3명만 남성인 조직이었다. CS가 뭔지도 모르는 내가 입사를 해 당황스러워하며 업무를 시작했는데, 첫 사회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었다. 그곳은 내가 상담하는 모든 대화 내용이 녹음이 됐었고 화장실 같은 잠깐 자리 비우는 시간을 초단위로 기록해 직원들을 쪼는 시스템이었다. 식사 같은 경우에도 요즘이야 코로나 때문에 자연스럽게 혼자 먹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그 당시에 모두 도시락을 싸와 모니터 앞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충격적이었다.
내가 원하던 일도 아니었고, 이런 시스템들이 나에게는 정말 맞지 않았으니 당연하게도 업무 태도나 결과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것을 몇 번이나 참았지만 첫 사회생활이라는 무거운 것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누구라도, 뭐라도 좋으니 그만둬도 되는 이유 좀 만들어 줘"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시기기도 했다. 너무 힘들었던 어느 날 회사 옥상에서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그만두고 싶어"라고 말하자 여자 친구는 "그럼 그만둬, 그만둬도 돼"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나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힘든 것도 있었지만,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나는 첫 직장을 그만둬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나는 옥상에서 내려와 팀장에게 퇴사 의지를 밝혔다. 짧았던 나의 첫 사회생활이 끝이 났다.
어떤 일이든 간에 처음은 중요한 법이다. 나의 경우에는 시작은 쉽게 하고 그것들을 해 나가면서 배워가는 길을 거의 매번 택하는데,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 시작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처음은 완벽할 수는 없지만, 덜 돌아갈 수는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