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디로?
어린 시절의 설렘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준비물을 사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은 고무줄이 준비물이라 엄마에게 말을 했더니 500원을 주셨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실제로 문방구에 가 고무줄을 샀더니 '100원'이었다. 400원이라는 차액의 단맛을 본 어린 나는 그렇게 종종 차액을 챙겨 문방구에서 플렉스를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귀여운 흑심이었을 테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도 엄청나게 가슴이 쿵쾅거리는 일탈이었다. 어느 날 고무줄이 또 준비물로 필요하다는 명목 하에 또 500원을 엄마에게 요청했는데, 고무줄로 뭐를 하는데 그렇게 자주 고무줄을 사느냐 물어보셨다. 그렇다 그 당시에는 100원이면 고무줄이 잔뜩 들어있는 한 봉지를 살 수 있는데 얘가 자꾸 그걸 또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가 나를 궁지로 몰아넣자 어린 나는 납작 엎드려 싹싹 빌었다.
그 당시에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초등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려 던 것 같다. 지금도 역시 그 동네에서 살고 있지만 그 당시 이 동네는 구석구석 나의 놀이터였다. 가끔 친구들과 같이 놀았던 골목을 들여다보면 저렇게 좁은 골목이었나 싶다. 우리 동네는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이다. 중학교 2개가 붙어있고 여고가 건너편에 있다. 나는 어렸을 때도 집에서 학교 까지 가는 그 직진 길이 너무 좋았다. 직진이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며, 신호등을 기다리고 길 따라 쭉 자라나 있는 가로수를 보며 햇빛을 느끼며 어느새 빨간 학교 담벼락 길에 도착해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설레어했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뭐가 그렇게 세상 설렛을까?.
지금은 문방구 문화가 많이 사라졌지만, 나의 어린 시절에는 초등학교 앞에 문방구가 아웃렛이며, 대형마트이며, 슈퍼마켓이며, 게임장이었다. 각종 먹거리, 게임, 유사 도박(삐바~)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었다. 문방구에서의 추억이야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유사 컴퓨터"였다. 사실 정확한 명 칠을 모르겠어서 '유사 컴퓨터'로 정했다. 그 당시에는 문방구 앞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교육용 기계를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린이들을 근처 빌라나 공터에 모아 두고 지금으로 말하면 태블릿 PC 같은 것을 판매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이 기계를 살 수 없으니 게임 기능이나 다양한 기능들로 아이들을 홀린 뒤 부모들을 졸라 이 기계를 사게 만드는 일종의 '영업' 활동이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모든 것이 신기했던 나는 역시 그 영업 활동에 동화되어 어느 한 빌라 주차장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었다. 게임도 되고, 사전도 되고, 게임도 되고, 게임도 되고.... 너무나 신박하고 멋진 기계였다. 1시간가량 영업 사원에게 홀린 나는 집으로 달려가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엄마를 설득할 수 없을 것이란 것을. 하지만 왜 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나는 그 영업 활동에 참석하여 설명을 꼬박꼬박 들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아마도 그런 영업 활동의 타겟층에서 벗어났는지 그런 행위들이 없어진 것인지, 내가 관심이 없어졌는지는 몰라도 이후에는 그런 모임을 참석하지 않았었다.
어린 시절의 설렘과 순수함이 지금도 있다면 세상이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오늘 점심은 뭐를 먹을까!?". 오늘은 설레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