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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낮과 밤의 길이

4. 9시에도 지지 않는 해

겨울

겨울에는 3시만 되어도 해가 졌다.

가뜩이나 올빼미형 인간인 나는, 극단적으로 짧은 스웨덴의 낮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정리하고 할 일 조금 하다가 창 밖을 보면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일찍 지니깐 오후 4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았고, 무기력해지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날씨도 흐려서 좀처럼 햇살을 쬘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가뜩이나 짧은 낮시간 중에 가~끔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보일 때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태양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일광욕을 하러 집밖으로 바로 뛰쳐나가곤 했다.

일광욕이라고 하기에도 무안한 짧은 광합성을 끝내면 해는 다시 구름뒤로 들어갔고 또 금세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아, 여기 오기 전에 비타민D 주사 맞고 온 게 참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여기서는 겨울에 많이들 비타민D를 복용한다고 했다.)

오후 다섯 시 반인데 이렇게 깜깜해졌다.




여름

아직 완전히 여름이 오지 않은 5월이지만,

벌써부터 해는 9시가 되어도 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저녁 먹을 시간이겠군"하고 시계를 보면 8시를 훌쩍 넘어있고, 9시가 넘어서야 땅거미가 지는 것을 보며 '이곳은 왜 이리 낮과 밤의 길이가 극단적인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겨울에는 해가 지나치게 일찍 지고, 또 여름에는 지나치게 늦게 지는 이곳.


그래도 해가 3시에 져버리는 것보다는 9시에 지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낮이 길어질수록 보다 긍정적사람이 되고 또 활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스웨덴은 여름이 정말 좋다'라고 말한다.

여름만 되면 낮이 길어지면서 스웨덴 사람들이 '행복모드'가 된다며, 꼭 여름의 스웨덴을 경험해 보라고 다들 입모아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어서 '백야'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미드소마(하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놀랍게도 오후 8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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