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도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다고? 봉곡동 테마공원 근처 봉두 타워 4층에 위치한 이곳. 정갈하게 진열된 아기자기한 소품들. 이게 다 친환경 제품이라니!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의 생고무 장갑부터 튼튼한데 이쁜 목재 머그컵까지! 친환경인데 이쁘고 귀엽잖아? 어려울 것만 같던 제로 웨이스트.. 제법 괜찮을지도?
안녕하세요! 간단히 사장님과 가게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머머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정윤(29세)입니다. 주로 혼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고 있고, 빈티지 소품도 제로웨이스트의 일종이라 생각해서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빈티지는 직접 구하시는 건가요?) 제가 원래 수집왕이었거든요! 과거에 수집했지만 지금은 제게 필요가 없는 빈티지 옷이나 피규어 소품을 내놓으면 손님들께서 많이 좋아해주셔요.
'머머상점'이라는 상호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손님들께서 ‘저 가게에 뭐뭐 있어? 안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머머상점’이란 이름이 등장했어요. 저는 구미에서 서울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 케이스인데, 생각보다 서울 사람들이 사투리를 잘 모르더라고요. 구미에서 운영하는 만큼 사투리가 배어있고, 궁금증을 갖게 하고, 빠르게 외울 수 있는 이름을 원했거든요.
원래 제로웨이스트 같은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계셨나요?
처음에는 일상에서 분리수거만 열심히 했었어요. 하지만 점점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단 걸 체감했죠. 청 옷을 만드는 데 배출되는 탄소량이 11kg인 거 아시나요? 무려 111km를 자동차로 주행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 새 옷을 사는 걸 지양하고 빈티지를 찾게 됐어요.
환경 보호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가족 중에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저 하나 뿐이었어요. 하지만 이후에는 저를 따라 4명이 함께 분리수거를 하게 됐죠. 제로웨이스트샵도 처음에는 손님분들께 제품을 설명하기 바빴지만,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제품을 구입해 환경 보호에 동참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제로웨이스트의 실천 주체들이 여성이나 주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광범위해졌다는 걸 느끼면서 새롭게 동기부여 받아요.
서울에서 다시 내려오셨잖아요. 왜 굳이 구미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차리셨어요?
서울과 비교했을 때, 구미에는 이런 상점이 정말 없잖아요. 또 저는 구미 사람들은 구미 안에서 소비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면서도 주문의 9할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져요. 택배 물품을 보낼 때도 일회용품을 많이 소비하게 되니까, 웬만해선 온라인 주문도 제가 운전으로 배송하죠. 구미 내에서도 자신의 집 주변과 동네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상점을 운영하시면서 유달리 공들여 만들었거나, 시행착오를 겪은 제품이 있을까요?
천연 수세미는 탈색 정도에 따라 국내 제품과 다른 나라 제품을 구별 가능한데요. 비슷하게 생겼어도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 사용감 또한 달라요. 저렇게 하얗게 탈색된 수입산 제품은 단단한 질감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제형 때문에 거품을 내기 힘들 때가 있어요. 그와 비교해 회빛깔을 띠는 국내산 제품은 말랑하고 부드럽지만 그만큼 비싸고 더 빨리 해지죠. 처음엔 둘의 차이를 몰라서 가게로 들여올 때 아리송했는데, 동종업계분의 조언을 통해 알게 됐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손님분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제로웨이스트와 머머상점을 알리는 서포터즈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열심히 참여해주신 몇 분을 우수 서포터로 선정해서 10만원 상품권을 드렸는데, 그 중 한 분께서 조용히 연락이 오시더니 그 상품권을 기부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분의 마음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서포터즈를 시작했지만 막상 삶에 치여서 꾸준히 활동하지 못하거나 제품 제공만을 단순 목적으로 삼아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환경을 위해서 참여해주셨다는 게 느껴져서 많이 놀랍고 감사했어요.
본인의 인생에서 모토로 삼고 있는 정신이나 모델 같은 게 있으신가요?
플라스틱 방앗간을 보고, 재활용에서 끝나는 것만이 아니라 재활용이 안 되는 걸 업사이클링 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받았었어요. 이를 모델로 저도 버려진 청이나 캔버스 소재의 옷들로 소품을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아직까진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지만, 제대로 정형화시킬 수만 있다면 프라이탁 같은 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정형화된 도안을 짜는 게 우선이죠. 해외로 넘어가는 헌옷은 생각보다 재활용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헌옷 자체를 업사이클링했으면 좋겠어요.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어떤 가게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편안하게 자주 들릴 수 있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제로웨이스트란 단어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간단하고 쉽고 내 생활에서 하나 정도 해볼 수 있는 환경적 실천이니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동참해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