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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GUM Oct 25. 2023

칵테일 속에서 재즈를 마시다, 인더그루브

week 1. 금리단길


  구미역 후면을 따라 곧게 펼쳐진 금리단길. 그 끝자락에 서서 귀를 기울이면, 특별한 선율과 함께 한 뼘 만치 네온 사인이 붉게 빛나고 있다. ‘인더그루브’는 재즈 음악과 함께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구미의 재즈바로, 매주 재즈 뮤지션들을 초빙해 그들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독보적인 라이브 재즈 클럽이다. 감정까지 어루만지는 품격 있는 서비스로 손님께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겠다는 일념.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사장님의 쉐이커는 부지런히 공기를 가른다. 과거 공단 도시의 잔재를 근사한 재즈 라이브가 에워싸기까지, 인더그루브가 겪어 온 각별한 희로애락을 인터뷰했다.









금리단길

끝자락에서

인더그루브를

운영하는

오종현입니다








'구미에서는 발달이 미미한 재즈 문화를 잘 이끌어 나가는 재즈바가 되겠다'는 개업 당시의 포부를 봤어요. 개업 당시 주변의 반응이 어땠나요?

사실 저는 안전보다도 도전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주변에 가까운 친구들은 드디어 제가 미쳤다고 하더군요. 없는 걸 한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건 아니니까요. 공단 도시의 색이 남아있는 구미는 재즈 문화가 미미하고, 선호도 또한 대중 문화에 비해 낮아요. 구미는 지방 시 규모 대비 인구 수와 소득 수준이 높은 편임에도 문화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저는 재즈를 대두로 구미 시민들이 음악 문화와 주류 문화를 경험하고, 이로 인해 구미의 문화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재즈바 영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구미에서 2년 간 재즈바를 운영하시며 느낀 좋은 점과 힘들었던 점을 듣고 싶어요.

손님들께서 “구미에 이런 수준 높은 문화 공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씀을 해주고 가실 때 가장 감사하죠. 큰 보람을 느끼고 동기 부여가 많이 돼요. 또 ‘바’라는 공간 특성 상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 폭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공연 문화가 생소하신 분들께서는 비용을 들여 연주자를 초대한다는 시스템을 간혹 이해하기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입장료에 대해 설명 드리고 이해를 돕는 과정이 다 제 마음 같지 않아서 갈 길이 멀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처음 목표를 다시 상기하고 마음을 다잡죠.



사장님의 삶에서 칵테일 제조는 언제 시작되었나요?

우린 흔히 칵테일이라고 했을 때 복잡하고 어려운 술을 떠올리지만, 자신이 원하는 비율에 맞춰서 주류를 따라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칵테일의 기본 제조 원리거든요. 이렇게 보면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도 한국식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아주 건강한 나이에서부터 제조를 시작했겠죠? (웃음) 가게에서 판매하는 칵테일들의 제조는, 사실 가게를 시작하면서 전문 바텐더 분들과 함께 익혔습니다. 운영에 대한 책임감으로 열심히 배웠고, 실질적으로는 제가 만든 잔 수가 손님께 더 많이 돌아간 것 같아요.


다른 것보다 ‘재즈’라는 장르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음악과 술, 음식, 문화를 보고, 배우고, 느끼는 걸 참 좋아해요. 그래서 여행을 가면 꼭 밤마다 그 나라의 라이브 바를 다니는데요. 재즈 바는 차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모두가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그 공간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전공한 클래식 음악의 정형화된 무대완 달리, 재즈 연주는 무대에서 꽤 자유롭거든요. 자유를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 마음에 콕 박혀 장래에 꼭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재즈는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서만 전문적인 소리를 낼 수 있는 분야이기에 더욱 존경심이 들어요.


사장님께서 느끼시는 바텐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바텐더는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손님의 감정적인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참 매력적이에요. 쉐프와 비슷한 것 같아요.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손님의 니즈를 채워주는 쉐프처럼, 바텐더는 다양한 술과 재료를 통해 손님들의 기분과 감정, 취향에 따라 주류 서비스를 제공하죠. 라떼 아트처럼, 독특한 모양의 얼음을 사용하거나 예쁘게 꾸며서 드리 그 과정에서 우울함을 기쁨으로 바꾸기도 하고, 분위기를 내어 드리기도 하고, 이따금 놀라움을 드리기도 합니다.


혹시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한 분은 “내가 오늘은 감정이 굉장히 파란색이고, 기분이 아까 7시까진 좋았는데 너무 별로야. 해결할 수 있는 칵테일을 줘.”하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웃음) 조금 쌩뚱맞을 수 있지만, 이런 주문들에 맞게 노력하는 것부터 서비스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사장님께서 가장 자신 있으신 바텐더 기술 혹은 칵테일 종류를 소개해주세요.

(재료를 세팅한다.) 저는 지금 ‘엘더 플라워 사워’라는 칵테일을 만들어드리려고 해요.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지만, 지금 내어 드리는 건 셰이킹한 계란이 들어가 폭신하고 부드러우며, 상큼한 맛을 내는 예쁜 칵테일입니다. (셰이킹을 시작한다.)


‘인더그루브’는 개업 초기부터 꾸준히 라이브 재즈 공연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라면 매주 재즈팀을 캐스팅하는 데에 애를 먹었을 것 같은데요.

참 많은 도움을 받아 다행히도 꾸준히 공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섭외는 주로 저와 음악을 함께 했던 분들이나 그 지인분들로 섭외를 뻗어나가거나, 가끔 구미 출신 연주자분께서 구미 재즈바 운영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연주해주시기도 합니다. 인더그루브 공식 SNS 내 재즈 공연 게시글을 통해 연락을 주시거나, 반대로 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연락을 드리는 등 다양한 경로로 그달의 뮤지션분들을 섭외하고 있어요.



꼭 섭외하고 싶었던 뮤지션이 있으세요?

공영방송 출연을 겸하며 음악 활동을 하는 친한 동생의 팀을 섭외하고 싶었지만, 비용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외국인 연주자 분들의 무대를 보고 종종 메시지를 보내는데, 연락이 잘 되지만은 않더라구요. 다양한 제한 사항으로 인해 모시기 쉽진 않지만, 언젠가는 꼭 모시고 싶습니다!


재즈 뮤지션들을 섭외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특정한 기준이 있으신지요?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재즈바와 연주자가 서로 리스펙이 있어야 합니다. 저희 가게가 연주자분들을 존중하는 만큼, 연주자분들도 그분들을 만나러 오시는 손님들과 그 공간을 존중해주셔야 품격 있는 시간들로 공연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공연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사장님의 특별 추천 메뉴를 소개해주세요!

오늘은 최근 성시경 너튜브에도 등장한 ‘곽지원 블루스 밴드’의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의 블루스 음악을 떠올리면서 ‘버번 위스키’를 마시면 딱일 것 같네요.


곽지원 블루스 밴드. 오른 쪽에서 두 번째, 일렉기타를 메고 계신 분이 곽지원이다.


사장님께선 근래 새로 도전하고 계신 일이 있으세요?

구미에 3년 내로 꼭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나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고, 끼워야 할 단추가 참 많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단추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가게 내부적으로는 조만간 음악과 술을 주제로 하는 독서 모임이나 주류 시음회 및 세미나, 음악 관련 토크 콘서트를 시작할 계획이고, 11월 중에 인더그루브 주류 & 재즈 페스타 주간 마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년부터 다시 연주 활동을 이어가, 가게에서 기타 콘서트를 할 예정이에요.


사장님께선 ‘인더그루브’가 방문하는 손님들께 어떤 가게로 기억되길 소망하시나요?

특별함을 남기는 가게, 좋은 기억만 남기는 가게, 높은 수준의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가게로서 구미가 자랑하는 가게로 기억되길 소망합니다.


이번 가을을 보내고 나면, ‘인더그루브’는 벌써 2주년을 맞더라구요. 특별한 날을 어떻게 맞이할 예정이신지 궁금합니다! 작년엔 와인 파티를 열었다고 들었어요.

이번 해에도 2주년 행사를 열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재즈 음악과 이 공간을 즐기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인터뷰 청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구미' 2행시 부탁드릴게요.

구 미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 인더그루브가 발돋움할 수 있게,

미 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노래. 조안나 왕의 New York State Of Mind. 재즈바 사장님답게 재즈곡을 보내주셨다!



글, 편집 : 김가은, 김예빈

사진 : 김연주,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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