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걸까요?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무언가를 도전할 적합한 명분이 생기는 시기라서 이맘때쯤이면 인터넷에 ‘~하는 법’, ‘~되는 법’을 검색해 본다.
검색 결과로 나온 Q&A게시판에는 항상 자주 보이는 질문이 있다.
‘제가 ~살인데 늦지 않았을까요?’
어떤 분야, 어떤 내용이든 늘 등장하는 단골질문이다.
이전에는 나이를 먹는 것에 특별한 느낌이 없었는데 올해는 20대 중후반을 넘어가는 순간이 되다 보니 조금씩 저 질문을 하는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자리를 잡았는지, 적절한 책임은 지고 있는지를 평가당할 시기가 다가온다는 생각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자격이 되는지 두려움이 생기는 거였다.
사실 늦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뭐든 시작하기엔 지금이 제일 어리다는 것을 공감하고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답을 알면서도 저 질문을 하는 것은 겁이 나서다. 한 번뿐인 인생에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진다.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70대, 80대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사를 가끔 접한다. 이 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공통적으로 ‘망설였어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진 속 행복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모습은 후회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사람들을 비추어보면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는 남에게 절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남들이 반대해서 포기한다 해도 후회가 응어리처럼 남아서 가지 못한 길을 계속 돌아볼 확률이 높다. 미련 가득한 눈빛은 덤으로.
나이는 그저 상대적이다. 최근 기안 84가 40살이 되는 순간 헛헛함을 느끼는 장면이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 방송됐다. 2022년 12월 39살의 마지막 날을 보내던 그는 지난 30대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반대로 내가 아는 지인은 20대의 거의 끝자락에서 30대가 다가오는 것을 피하고 싶어 했다. 같은 30대여도 비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비슷하게 이제 막 새내기가 된 20살에겐 20대 중후반이 엄청 어른스러운 선배처럼 느껴지지만 3040의 입장에선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이다. 누군가에겐 많은 나이가 누군가에겐 뭐든지 할 수 있는 충분히 어린 나이가 된다.
단지 365일만 지났을 뿐인데 내가 작년보다 좀 더 성숙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나일뿐이고 아직까지 헷갈릴 정도로 변한 것은 연도에 1이 더 커진 것 빼곤 없다.
생일이 지날 때 세냐, 해가 바뀔 때 세냐 방식에 따라 갈대처럼 쉬이 바뀌는 것도 나이다. 손으로도 잡히지도 않는 관념적인 숫자에 너무 삶이 흔들릴 필요는 없다.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나이가 가려진다고 했을 때 거리낌 없이 시도할 일이라면 그건 그냥 나이와 상관없이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다.
100세 시대다.
‘나이’를 이유로 삼아 포기하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