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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Apr 06. 2023

경매

          


 나이 육십이 넘고 보니 노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자기개발에 힘쓰며 지냈지만 경제적 도움이 되는 측면의 것은 없었다.  평소에 소액으로 할 수 있는 경매에 관심이 있었기에 도전에 나섰다.

5년 전 노후대책으로 경매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부동산 책을 빌려 읽고 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하루는 연습 삼아 간접 입찰을 하기 위해 법원을 방문했다. 그렇게 처음에는 낯설었던 일들을 하나씩 접하며 조금씩 익숙해갔지만 실전에 뛰어들어 법원에 가자니 겁이 나서 함께 할 사람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법원 주변에서 혼자 온 아줌마에게 말을 걸어 같이 식사도 했지만 둘 다 초보자였기에 나는 실전에 필요한 스터디 모임을 찾았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삼사십 대 남자인데 내가 나이가 제일 많은 아줌마다. 그동안 부동산책을 많이 읽고 법원까지 예행연습을 했기에 잘 따라 할 수 있었다. 4주 동안 수업을 듣고 5주째 임장을 나갔다.

 임장이란 관심 있는 부동산 물건이나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주변의 교통편과 학군, 인구, 시세까지 세밀하게 조사한다. 또한 나의 투자에 대한 판단을 확인하러 간다. 그래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도 있다. 물론 집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외관만 보고 판단한다. 네 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차를 타고 마치 참관 학습 나온 학생처럼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다닌다.

그날 우리가 간 곳은 경사가 심하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이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겨울에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위험할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된다.

하루의 수업을 끝내고 우리는 따끈한 순댓국을 먹고 카페로 옮겨 그동안 배운 것들을 마무리하며 종강을 한다.


 이제는 실전에 돌입,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먼저 경매지옥션에서 물건검색을 하고 내가 원하는 집을 선정해 권리분석을 한다.

권리분석이란 낙찰자가 낙찰대금 이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하는지, 소멸되는지를 구분하는 권리를 말한다. 낙찰받은 후, 추가로 많은 지출이 생긴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예상 낙찰금액을 정하고 수익률이 얼마나 나오는지 대출은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본다. 수익률계산은 수리비 예상금액과 그 외 경비를 추가해야 한다.

임장 가고자 하는 지역에 여러 집을 선정해 돌아본다.

처음에는 한집 보는데 시간 소비를 많이 했다면 점점 요령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집 한 채를 받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녀야 한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한 손엔 양산, 한 손엔 네이버지도와 손선풍기를 들고 집을 찾아 걷고 또 걷는다. 땀을 흘리고 갈증도 심하고 힘들지만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이것이 운동이다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하기도 한다.

 낯선 동네에 가서 주소만 들고 헤매다 내가 찾는 집 주소와 일치할 때 이제까지 힘들었던 것들이 사라진다.

 어느 집은 집안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오랫동안 비어 있었는지 먼지가 가득하고 거미줄도 있고, 출입구에 물이 고여 있는 집도 있다. 열악한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현장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든다. 외관상 깨끗한 집은 지하부터 옥상까지 올라가 보고 살펴 본 후 느낌을 적는다. 두세 채를 보고 나면 그 집이 그 집 같아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메모를 하며 다닌다.      

 내가 원하는 집이 있으면 낙찰 금액에 십 프로를 준비, 서류를 작성해 관할 법원을 방문한다. 수십 번의 패찰 끝에 소액으로 두 채를 낙찰받았다.     

 이론을 공부하고 행동으로 옮겨 학습한 경험은 큰 자산이 되었다. 경험으로 익숙해진 하나의 기술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지 꺼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매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식이 안 좋았지만 요즘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누군가의 절박한 사정을 법에 절차에 따라 대신 해결해 주는데 일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큰돈은 아니지만 파이프라인을 만든 셈이다.

 낙찰받은 헌 집을 새집으로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 나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오늘도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하기 위하여 집을 수리하러 가는 나의 마음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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