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쯤 시간이 지나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건강식품 회사를 드나들게 되었고 그곳에 근무하는 그녀를 만난 것이다.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마냥 소녀 같은 분이었다.
봄에 돋는 손톱만 한 새싹을 보고 예쁘고 신기하다며 환호를 하고, 가을 낙엽 하나에도 세월의 의미를 생각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분은 수필작가 였다. 소녀감성뿐이 아니고 노래와 그림 등 재능이 많았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그러한 모든 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과 닮아 있어 어쩌면 십여 년을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은 내가 작가의 길을 가는데 도움을 주는 멘토다.
건강이 웬만큼 좋아졌을 때 나는 다른 일을 찾았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체형을 교정해 주는 체형보정슈트다. 그것을 입고 체험해 보니 자세가 교정이 되었다. 그래서 영업을 해보기로 했다.
많은 고객들 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언니가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 전단지를 주고 며칠이 지난 후에 식당을 방문했는데 언니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가워했다.
“언니 그동안 무슨 일 있었나요?”
“요즘 허리가 아파 병원 다니는데 협착증이라네.”
“그럼 이 슈트를 입어 봐요” 하며 언니한테 맞는 사이즈를 입혔다.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나 스스로 신기했다. 며칠이 지나자 물건 값을 송금했다는 전화가 왔다. 그 언니는 자기를 믿고 물건을 주고 간 내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로 언니는 슈트를 즐겨 입는 고객이 되었고, 지금은 서로 집안 이야기와 고민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영업이 쉽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진정성이 통하는 때에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알았다. 이런 경유가 가끔 있기에 보람을 느끼며 꾸준히 일을 하며 다녔다.
평소에 붙임성이 있는 나는 끌리는 사람을 만났을 때, 편안하게 다가가 말을 쉽게 붙이는 편이다.
내 인생의 방향키를 바꾸게 된 또 한 사람이 있다. 어느 날 피부샾을 지나쳐 걷다가 뭔가에 이끌려 2층에 피부샾으로 들어갔다. 얌전하게 생긴 원장이 혼자 있고, 따뜻한 차를 주며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편안한 느낌이 들어 나의 본업인 전단지를 주고, 현재 마음의 힘든 상태와 영업을 잘하고 싶고 신앙생활과 가정사 등 나의 개인사를 토로하고 있었다. 금방 만났지만 오래된 사이처럼 친근감이 들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분은 슈트를 살 사람이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영업적인 물건에 대해 권유는 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올 때
“힘든 일 있으면 미리 전화하고 와요!!”
라고 원장은 말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간판은 피부샾이지만 주로 상담을 하는 장소였기에 그곳에 자주 오갔고 원장을 만날 때마다 마음도 편해지고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인쇄기를 들여놓고 자비로 신앙서적에 나오는 좋은 글귀를 복사해서 주기도 한다. 그 글을 읽고 또 읽어서 내 것으로 만드니 나의 내면은 단단해져 갔으며, 설익은 과일이 점점 맛있게 익어가는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원장을 만난 후 상담학을 공부하며 배움을 통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가족에게 배운 데로 적용했더니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고, 더 나아가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은 목표까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