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화담숲으로 친구 11명이 나들이를 갔다. 싱그러운 푸른 나뭇잎, 형형색색의 꽃들이 있지만 오늘은 비까지 내리니 가까운 산에 온 느낌마저 든다. 서울에서 곤지암까지가려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우리는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차로 가야 하기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내 마음은 이왕에 나선 거 좀 더 멀리 가고 싶었다. 입구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일상을 벗어난 우리들은 비가 와도 마냥 즐거웠다. 우산을 쓰고도 웃음이 끊이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나무 한그루 꽃 한 송이 숲이 주는 풍요로움과 마음의 안정을 주는 느낌은 이곳을 관리하는 손길이 있기에 소중함을 느낀다.
사계절의 다른 느낌을 맛보라는 글귀도 있다. 지금은 자작나무 숲을 뒤덮는 노란 수선화, 연분홍벚꽃 각양각색의 야생 초들의 다양한 모습의 봄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이 선사하는 시원한 바람과 푸르른 녹음도 즐길 수 있다. 짙은 녹음을 보면서 몇 년 전 아들과 함께 왔던 가을 단풍의 강렬함이 되살아난다.
여행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네 명씩 한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다른 사람보다 일찍 도착했다. 우리 팀은 11명이라 8명 테이블에 다른 친구들이 다 앉고 나까지 3명은 뒷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우리 보고 다른 팀 여자가 다른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하니 우리 셋은 왜 일어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무의식적으로 그냥 자리를 양보하고 말았다. 그 팀은 8명이었고 한자리에 앉을 수 있기에 우리를 일어나라고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일어난 후 자리를 빼앗긴걸 뒤늦게야 알았다, 이미 우리 자리는 어디에도 없이 셋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우왕좌왕. 가이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결국 뚝 뚝 떨어져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나마 자리가 없다고한 쪽 구석 자리에 기사, 가이드와 합석하라고 한다. 어찌 이런 일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과 마주 보고 밥을 먹게 되니 불편한 자리다.
세 사람의 상차림을 따로 해 줄 수 없었는지 그렇게 하면 식당이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의문이 생겼지만 그냥 식당 주인이란 사람이 나더러 가라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즐거운 여행이란 먹는 음식이 한몫을 하는 법인데 예상 밖에 일이라 마음이 상했지만 꾹꾹 눌러 참느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밥값이 싼 것도 아니고 대접을 이렇게 받고 있다는 사실에 단체 손님을 대하는 식당 측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미리 예약되어 있는 인원수대로 상차림이 되어 있기에 개인 한 두 사람은 상대를 안 할 것이고 예약한 가이드와 상대를 한다. 이미 벌어진 일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안다.
그 당시 우리가 앉아있던 자리로 가서 우리 자리를 주장하지 못했을까? 나중에서야 별 생각이 다 든다.
친구들과 합석해서 맛있는 밥은 못 먹었지만 기사님은 생선을 안 좋아한다고 내가 두배로 먹었으니 이걸로 기분 좋게 생각하자. 마음을 가다듬고 좋은 생각으로 전환했다.
불편한 점심, 그 자리에 다른 친구가 아닌 '나'라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자연을 보는 기분도 상쾌해졌다. 집을 떠나 어딘가 가는 마음은 항상 설레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