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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Aug 30. 2023

오가는 말

           

 무더운 여름 8월에 찾아온 누진으로 인한 아주 사소한 일로 시작되었다. 날씨는 덥고 누진으로 인해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우리 부부는 말 한마디에 서로 예민해져 있었나 보다.

 요즈음에는 대체로 평온한 날들이었는데....

그날도 에어컨과 실외기가 고장 나서 서비스를 받았는데 원인은 에어컨에서 실외기로 연결된 선에서 누전이 되었다고 한다. 기사가 돌아간 다음 나는 실외기를 언제 샀는지 궁금해져서 남편한테 물었다. 

 “여보 우리 이사할 때, 에어컨 설치하면서 실외기를 따로 샀었나?” 그런데 남편이 그 말에 화를 낸다.

“거치대를 샀지 실외기를 왜사?” 남편의 얼굴은 찌그러져 있으며 목소리는 크게 언성을 높인다. 

 “그거 아니고 이거야 하고 대답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우리는 가끔 이런 대화로 인해 신경전이 벌어진다. 왜 그럴까? 

 괜히 물어봤네! 하며 후회를 한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짜증을 내고 대답은 왜 그렇게 하는 거야?” 

아침밥을 먹다가 갑자기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졌고 출근 준비 중인 딸은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다. 딸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딸과 남편이 출근한 후에 나는 조용히 앉아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 

 내가 남편에게 물어볼 때, 목소리, 표정이 어땠나? 나는 분명 그냥 힘 빼고 물었는데, 어쩌면 나도 그 상황이 짜증스러웠는지, 그래서 남편한테 그 감정이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나쁜 감정은 서로 공유하며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알았다. 문제를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내게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인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표현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생활 38년 동안 이런 오가는 말로 얼굴 붉히는 적이 있을 때마다 남편 탓만 했었다.      

 

  그런데 어느 비 오는 아침 “딸아 오늘 비가 온다니 바지 입고 출근해라?” 남편이 딸에게 말했다.

 나는 “본인이 알아서 하게 둬요!!" 라고 하면서 짧게 말을 던졌다. 

그런데 바로 남편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남편이 말하면 그렇게 하라고 해야지!” 

순간 '와 내가 또 말을 잘못했구나 아무 말하지 말걸'... 

 남편이 딸한테 말할 때 동조 해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내 감정을 갖고 남편의 말을 반박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 말을 했을 때 바로 반박을 하면 기분이 안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내가 말할 때 누군가 맞아 맞아하면서 동조해주면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아 아주 마음이 좋았다. 


 우리는 말을 주고받다가 말이 안 통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은 생각이 안 통한다는 말일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대화 속에 인정하는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은 상대방의 마음에도 파장을 일으키지만, 내 마음에도 파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전적 의미의 말이란 사람의 생각,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라 한다. 또한 말은 한 사람이 가꾸어 온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로 잘 표현해야 한다. 말의 표현력이 좁고 얕은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넓고 깊은 사람은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의 입장까지 생각해서 말한다. 그것은 살면서 만들어진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다. 


  나 자신에게 결심한다. 남편에게 절대로 두 번 이상 묻지 않고 못마땅한 생각이 들면 칭찬을 먼저 하고 내 생각을 말한다. 지금부터라도 나의 말하는 습성을 고쳐 자녀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로 노력한다.     


 좋은 사람은 배우고 변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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