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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Dec 08. 2023

김치의 향연

        

 일 년 행사로 진행되는 김장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우리 집 앞밭에서 뽑아온 배추를 산더미만큼 쌓아놓고 매년 끝자락이 되면 큰 행사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연상케 했던 그때의 장면을 떠올려본다.  

  어머니는 김장하는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대장이셨고 어머니 다음으로 큰언니는  피아노 치는 위치에서 행사에 중요한 역할을 항상 해냈다. 그 밑에 자매들은 작은 악기와 찬양으로 어우러져 김치 연주는 새벽부터 해가 뉘엿뉘엿 질 때가 되어 끝이 난다. 정겨운 김치의 맛깔난 우리들의 정성이 모여 합을 이룬다. 만두피에 맛있게 익은 김치와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김치만두 또한 예술작품이다.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다 보니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싶어 진다. 김치의 향연은 많은 배추의 속 재료에 들어가는 양념들을 넣으며 왁자지껄 떠들며 일하는 손놀림, 곧 악기들의 연주와 노래를 연상케 한다.


  그 많은 김치를 만들어 나이 들어갈 때 지  칠 남매를 다 해주신 우리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도 힘들다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체구도 작은 분이 그 당시엔 운동을 따로 한 것도 아닌데 체력적으로 많이 약했던 어머니는 정말 강하신 분이셨다.  모든 것을 어머니가 밭에서 손수 키운 귀한 것임을 세월이 지나고서야 절실히 실감한다.

  배추를 절여서 씻는 모든 과정을 지휘했던,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 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친정에서 한꺼번에 하던 김장을 언니네서 몇 년간 같이 했다.

지금은 어깨너머로 배운 김장을 남편과 둘이 한다.

 요즘은 사 먹는 가정도 많이 있지만 우리 집은 해마다 남편과 둘이 절임배추에 양념을  만들어 배추에 속을 넣고 김치냉장고에 꽉꽉 채워둔다.

 올해는 10월부터 김장 배추김치 빼고 여러 가지 김치를 조금씩 담갔다.

총각김치. 고들빼기에 쪽파김치, 순무김치, 깍두기, 굴무생채, 보쌈김치, 동치미, 갓물김치 그리고 배추김치로 일 년 동안 먹을 농사는 끝이 났다.

이 중에 내가 담근 것은 고들빼기와 순무김치뿐 나머지는 남편이 다 했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김치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고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밥상을 차릴 때 두 가지나 세 가지 정도 반찬을 꺼내 먹지만 남편은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골고루 꺼내서 먹는 편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 “우리 집 반찬이 청와대보다 더 잘 차려 먹을 거야” 하며 행복해한다.      

 

 나는 김치 효능에 대해 갑자기 궁금해졌다.

총각무는 무청의 생김새가 상투를 틀지 않은 총각이 머리를 넘긴 것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다이어트에도 좋은 열량이 낮아 비만인 사람에게 적합하다.

내가 좋아하는 강화순무김치는 배추꼬리의 달착지근한 맛과 인삼의 쌉싸름한 맛, 겨자의 특이한 향을 가지고 있다. 이뇨와 소화 작용을 돕고 숙취와 갈증해소, 눈과 귀를 밝게 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고들빼기는 쌉싸름하고 쓴맛이 특징인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아주는 우리나라의 들과 밭에서 만날 수 있는 식재료이다.

또한 쓴맛은 인삼을 대표하는 성분인 사포닌성분이다. 고들빼기의 주성분은 아놀린이다. 이 아놀린은 혈당을 조절하는데 특효다. 때문에 당뇨의 증상완화에 좋으며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혈관 질환에 좋다. 또한 혈관 내 노폐물 및 나트륨을 배출하여 피를 깨끗하게 하고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이렇듯 고들빼기는 사포닌과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암 예방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촉진시키고 입맛을 돋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치코릭산 성분이 들어있어 손상된 간을 회복시켜 주며 간에 있는 독소 및 노폐물을 배출하여 간질환 예방에도 좋다. 마지막으로 골다공증 관절염 통증완화 및 예방에도 탁월하다.

나는 이번에 고들빼기김치를 처음 담그면서 효능에 대해 알아보니 우리 몸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대장정의 김치의 향연의 한세대는 과거로 흘러갔지만 현재는 아직도 소규모의 김치퍼레이드는 이어가고 있다. 우리 가정도 언제까지 김장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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