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k란 Dec 24. 2023

풀빌라

   

  


 우리는 자동차 두 대에 네 명, 세 명으로 나누어 타고 홍천으로 향했다. 서울을 벗어나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의 풍경은 한적하고 평온하다.

우리는 자주 만나고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는 자매 같은 친구들이다.

오랜 기간 동안 만났지만 일박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다. 나는 뒷좌석에 앉아서 편안히 가는데 운전하는 친구와 조수석에 있는 친구는 내비게이션을 보며 초행길이라 분주하다.

  홍천 마을에 들어서서 두부전골 집에 들어가 전골과 조림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풀 빌라로 갔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옆으로 수영장에서 물이 흘러넘치는 광경이 보인다.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들어 지은 곳인 듯하다. 친구 덕분에 야외수영장이 있는 최상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이 호텔은 일명 "풀 빌라"로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야외수영장을 쓸 수 있는 곳이다. 친구의 아들이 이곳 투자자이기에 친구의 배려로 하루를 즐기게 되었다.  

 

 

 드디어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니 통창으로 보이는 눈앞에 펼쳐진 파란빛의 수영장이 환상적이다. 수영장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푸른 빛깔의 물, 산과 마을이 보이고 강이 흐르는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난다.

내가 화가라면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또 한 번 설렌다.

누군가 얘기했듯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했던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다. 또한 수영장을 보니 물속에 당장 뛰어 들어가고픈 마음이 일어난다.

 오늘 주인공인 친구의 말, "우리 가위 바위 보로 공평하게 이긴 사람이 먼저 방 정하자"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곳은 여섯 명이 묵을 수 있는 곳인데 일곱 명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 하나는 소파에서 잠을 자야 한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이곳을 소개한 친구가 소파에서 자기로 했다.   

   

 

 


 우리는 어두워지기 전에 수영장에 들어가기 위해 밖에 있는 그릴에 고기를 굽고 장작을 피웠다. 빨갛게 피어오르는 불빛에 '불멍'도 해본다. 캠프파이어라고 쓰여 있는 뭔가를 불속에 던지니 무지개 불빛으로 어우러져 신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람이 불어 캠프파이어는 하지 못했다. 기계를 잘 다루는 친구는 그릴에 고기를 굽느라 애쓰고, 안에서는 각자 챙겨 온 반찬을 꺼내어 상차림에 바쁘다. 방금 맛있게 구워낸 고기와 솜씨 좋은 친구가 가져온 각가지 많은 반찬들로 상을 차렸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 좋은 곳에서 함께 먹으니 어느 맛집에서 먹는 것보다 최고의 밥상이다.

밥을 맛있게 먹은 후, 우리는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재빠르게 한 친구는 일찍 들어와 있다. 물속은 따뜻했다. 물속에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스트레칭도 했다. 이렇게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서 물장구치고 놀고 있으려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신이 난다. 우리는 몸을 물속에 푹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며  별 하나, 별 둘, 별 셋. 세다 보니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더 이상 별이 보이지 않는다. 이 밤에 낯선 곳에 와서 하늘을 한없이 올려다보고 있자니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한 친구는 한동안 독감으로 고생을 해서 조심하느라 물속에 들어오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멋지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밤새 물속에서 놀고 싶었지만 한 사람씩 물밖로 나왔다. 그런데 제일 먼저 들어간 친구는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된다. 너무 오래되어 우리는 시간을 9시라고 속여 그 친구를 물 밖으로 나오게 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물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말한다. 좀 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둘걸 그랬나? 친구를 생각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오히려 좋은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는 때론 여행을 하며 본인도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즉 불멍, 멍 때리기, 산책하며 걷기 등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안다. 그만큼 생각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쉼이 필요함을 느낀다.     

 


  풀 빌라에 와서 수영장의 물을 보니 내 안에 동심이 살아있음을 느끼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 휴가철이 되어 바다에 가면 물이 좋아 놀던 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물속에서 하루 종일 즐겁게 놀았었다. 그런데 육십이 넘어 수영장에 와보니 우리도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착각 속에 빠져든다. 그래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은 청춘임을  깨닫는다.      


 

 하루의 일상을 벗어나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 함께한 친구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우리는 친구의 특별한 배려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장소를 제공해 준 친구의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작가의 이전글 김치의 향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