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8일 기록
7월부터 부산에서 4개월 지내게 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개월 동안 스태프로 일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호텔에서 4개월 지내게 되었다. 혼자는 아니고 룸메이트 한 명과 함께 둘이서 생활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집에서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군대가 맨 처음이긴 하지만 군대는 뭐..
자취나 독립을 절대 하기 싫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상황이 굳이 집을 떠날 필요가 없었던 것일 뿐.
그렇다고 자취나 독립에 로망이 있던 것도 아니다. 경제적인 상황이 뒷받침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정도 했다. 특히 힘든 여건에서 자취하고 있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더욱 그 생각이 들었다.
아직 집에서 떠난 지 일주일 채 안되었지만, 안락했던 본가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집을 나오니, 세상 살기에 돈 안 드는 곳이 없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낀다.
머 그렇다고 해서 당장 집을 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결국 나중엔 집을 떠나야 되니, 이런 경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생활 자체도 크게 나쁘지 않다. 다만 처음이라 어색하고, 모르는 것이 많고, 몰랐던 불편한 점을 깨닫고 있을 뿐이다.
처음으로 타지에서 홀로 지내게 되었다. 룸메이트가 있으니 진정한 홀로라 하기 조금 그렇지만, 어쨌든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은 똑같다.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외로움을 잘 안 타고, 기대기 싫어하는 내 성격상 홀로서기는 마냥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평생 이렇게 홀로 살게 된다면, 하루하루 살아나갈 수는 있어도 마음은 황량해질 것 같다.
인생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그 시간 동안 과연 홀로만 지낼 수 있을까? 분명 그런 날이 있을 것이다. 외롭고 쓸쓸한 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 마음의 따뜻함이 필요한 날, 보살핌 받고 싶은 날.
문득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신 지 거진 20년이 되어가는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외할머니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분명 외할머니도 그런 날이 있으실 것 같다.
고양이가 있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그래 왔지만, 더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홀로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