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거짓말을 하십니까?
부자되기 보다 행복하기
* 거짓말 :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
* 사기 : 나쁜 꾀로 남을 속임.
* 부자 :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 재물이 많은 사람을 나타내는 말.
최근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건을 가져가고는 다른 말로 둘러대고 핑계를 대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처음에는 심장이 뛰고 '이것이 사실일까'라고 생각하며 그 상황을 부정하려는 내가 보였다. 그러다가 다음 단계로는 '왜 그랬을까?' 하며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이런 거였나? 정말 사람 속은 모르는구나...' 별의별 생각이 함께 밀려왔다.
하지만, 결론은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런 일이 한 번이 아닌 듯했다. 이미 그것을 눈치챈 다른 이가 있었고 이미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듯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상황이 전혀 맞지 않은 말로 핑계를 대고 급기야는 자신의 마음상태가 힘들어 그렇다며 자신의 처지를 불쌍하게 만들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이해해 주고 넘어가 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았다. 말로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투와 행동에서 그런 마음을 전혀 엿볼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에 금이 가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문득 다른 이를 보며 '저 사람도 지금 보이는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이런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세상엔 나쁜 놈보다 좋은 놈이 많다고 믿고 싶다...
'나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나'라며 나를 뒤돌아 보았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말을 지어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 적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은 기억이 났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순간 말을 지어내어 말하고 기억을 못 하는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땐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속마음을 속이고 다른 말을 하고, 때로는 마음과 다르게 듣기 좋은 입에 발린 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런 말들과 거짓말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 말로 인해 누군가가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피해와 손해를 보았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어떤 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한국은 사기 사건이 많고 잘 일어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력해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기보다, 한 번에 부를 얻거나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사기 치기가 좋다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얼마 전 '사랑의 불시착'이란 드라마를 보았는데, 여주인공 윤세리의 둘째 오빠에게 사기를 치고 북한에 숨어든 구승준이란 자가 '둘째 오빠가 욕심이 많아서 속이기 쉬웠다.'라는 표현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같은 맥락의 말이었다.
비슷한 예로 얼마 전, 서울 흑석동 흑석자이 청약에 10만 명이 몰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주변 시세 대비 몇 억의 차익이 청약 당첨 한 번으로 생기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자격이 되었다면 청약 당첨을 꿈꾸며 도전을 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인터넷이란 것을 통해 우리가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주게 되었고 세상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부러워하며 많은 사람들이 부자를 꿈꾼다. 나 또한 그런 꿈을 가진 사람 중에 한 명임을 부정 할 수 없다. 부자가 되는 게 싫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자본주의는 빈부 격차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격차를 보여준 박찬욱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영화관에서 보고 나오면서 느꼈던 그런 씁쓸한 감정이 오롯이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였을 것이다. 어느 날 친구가 "자본주의의 끝은 다시 노예 시대가 열릴지도 몰라. 점점 빈부 격차가 심해지다 보면 그때는 신분이 아닌 돈으로 세상이 지배되는 그런 사회 말이야." 그 말을 들으며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 갑질 사건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미 그런 시대에 접어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꼭 좋은 집, 새 아파트가 아니어도 좋은 차가 없어도 행복했다고 기억되는 가난이 또는 부자가 무엇인지 몰랐던 그때의 어린 시절이 요즘은 문득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죽기 전 정말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어르신들의 답변 중, 부자가 못 된 것 또는 돈을 많이 못 모은 것 등은 없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오히려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못한 것 등이 더 후회된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여 부자가 되려는 것을 말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 번의 인생을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면, 남의 것을 탐하기보다는 또는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고 많이 웃으려 노력하고 '고마워~' '사랑해~' 이런 말들을 더 자주 많이 하려는 삶을 살아보려 하는 노력이 더 소중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