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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an 25. 2024

설레이는 밤

여행을 떠나다

희영이는 여느 때처럼 여행가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긴 2주간의 휴가를 위해 그동안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던 유럽여행을 드디어 내일 떠나게 되었다.


이런 장기 여행은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너무도 설레었다.

희영이의 단짝 친구인 선영이는 이미 유럽 여행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짐 싸기를 도와주러 와 있었다.  

"옷은 최소한으로만 가져가. 필요하면 가서 사서 입고. 티셔츠 같은 건 가서 입고 버릴 수 있는 것으로 가져가고 그래야 올 때 집을 줄일 수 있어. 그리고 옷가지는 이렇게 돌돌 말아야 부피가 줄어들어. 알았지?"

선영이는 고등학생 딸내미를 어디 멀리 해외여행 보내는 엄마처럼 아까부터 잔소리 중이다.

"11월이니 많이 춥진 않을 것 같아. 그렇지만 저번에 산 얇은 패딩 있지? 그거 가져가고. 혹시나 추우면 코트나 패딩 사 입고."

"알았어. 알았어~ 단단히 준비해 놨으니까 걱정 마! 너 내 MBTI 알잖아~ 왜 이르셔. 나 J야 J이~! 이미 비행기부터 중간에 이동하는 기차, 비행기 그리고 숙박까지 싹 다 예약해 놨으니 걱정 말고."

희영이가 선영이를 안심시키려 한다.

"셀카봉은 챙겼지?" 선영이가 묻는다.

"응, 그럼 당연하지."

그래도 로마 가면 사진 찍어 준다고 하고 핸드폰 가지고 도망가고 하니까. 혹시라도 찍어달라고 하고 싶으면 커플인 사람들한테 찍어달라고 해~ 그런 경우는 날치기는 드무니까. 알았지?"

희영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그래. 꼭 그렇게 할게~"

"그럼 잘 다녀오고. 가서 꼭 톡 하고 매일 밤마다 톡 하고. 잊지 마!!!"

선영이는 다시 한번 희영이의 다짐을 약속받고 그녀를 꼭 안아준다.

"아~ 진짜 남사스럽게 왜 그래~~"



사실, 희영이는 얼마 전 이혼 후 만났던 친구와 더 이상 친구일 수도 없는 이별을 맞이했고 선영이는 그런 그녀를 알기에 여행을 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희영을 보내며 선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행 잘 다녀와! 차라리 가서 좋은 인연이나 만났으면 좋겠다. 너처럼 여리고 착한 아이가 왜 제 짝을 못 만나는지...'

선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영은  나머지 짐들을 챙기기 바빠 보였다.


내일이면 13시간의 긴 비행이 기다리는 날이다.

전에도 어학연수로 호주를 갔을 때나 해외 출장으로  긴 비행을 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너무도 기다렸던 유럽여행이어서인지 희영은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여행 전 날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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