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의 두 번째 책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책을 펼쳤다>를 읽고 많이 우셨다고 큰언니가 전화로 알려 주었다. 오빠가 친정엄마께 한 권 갖다 드린 모양이다. 사실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보시면 마음 아파할 내용이 있어 책을 드리기가 꺼려졌다.
최대한 늦게 드리고 싶었는데 엄마는 딸의 출간 소식에 기필코 읽고야 말았다. 그리곤 슬퍼했다. 막내딸의 고생이 그림 그려지듯 선명해서, 위로를 해야 할지, 응원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눈물만 흘린 것 같다.
큰언니의 전화를 받고 엄마에게 전화해 보았다.
"내가 먹고 사느라 바빠서 손녀들 봐주지도 못하고, 금전적으로도 챙겨주지 못했네"
엄마의 목소리는 또 흔들렸다. 사실 이런 일을 예상해서 줄이고 줄여 최대한 담백하게 써내려고 노력했다. 결혼 생활의 반은 고생이었고, 고충이었다.
특별히 가진 것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더랬다. 무심히 결핍을 채우는 일들로 한 세월이 지나갔고, 많은 부분이 추억으로 남았다. 아팠던 일도, 행복했던 일도 내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하기도 하고, 회피하기도 하며 지나왔던 것 같 다. 엄마는 그런 시간들을 엄마가 미리 경험했기에 더 마음 아팠는지도 모른다. 나는 엄마에게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 부족함과 결핍들이 오늘의 나를 만든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는 나의 뜬금없는 당당함에 슬프게 웃는 소리를 내었다. 슬픈 웃음이 어떤 것인지 마흔이 지나서야 느껴보았다. 나는 괜찮은데 엄마는 슬퍼한다. 전혀 슬퍼할 일이 아닌데도 엄마는 슬프다고 한다. 결핍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게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그런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