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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미 Apr 06. 2023

기획 출간을 경험하다

글쓰기와 책쓰기는 다르다


작년에 730일 동안 쓴 글을 모아 《아름다운 집착》을 POD로 출간했다. 730일 동안 쓴 글은 730편이라는 어마어마한 글 더미를 이루었다. 그중 100편 정도를 추려 책에 담아야 했다. 730편 중 100편을 고르기란 쌀 한 가마에서 원하는 쌀 모양을 찾는 일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730편의 글이 모두 내가 쓴 글만 담겨 있는 건 아니었다. 나의 일상이 담긴 에세이, 신문 기사 요약 필사, 독서 감상문, 시 필사 등 다양한 형태로 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었다. 방대한 그 글들을 처음부터 분류해서 저장해 놓았다면 편집하는 시간이 줄었을 텐데, 나는 그때 그런 지혜를 가지지 못했다. 책에 목차대로 나누어 보려고 하니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한다. 밤 11시 20분에 마치는 날도 있다. 아침에 집안일을 해 놓고 점심 먹으면 출근할 시간이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대학원 동기 선생님들과 책 출간을 기획하는 ‘작가 세움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나만 자꾸 진도가 느려지고,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에 걸렸고, 일주일 동안 꼼짝없이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다행히 목만 상하고 열이 나지 않아서 갇혀 있던 일주일 동안 편집을 마무리했다.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고,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을 느껴 본 순간이었다.


POD로 출간해 보니, 욕심이 생겼다. 출판사에 투고해서 선택되는 원고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다. 출판사에 투고한 원고가 선택되려면 돈이 되는 원고를 써야 한다. 출판사가 원하는 원고가 어떤 건지 알지 못했다. 전문가에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D를 출간할 때부터 고민했던 ‘작가 수업’에 등록했다. 작가 수업은 7주간 매주 한 번, 두 시간씩 진행되었고, 한 주 수업을 마치면 엄청난 양의 과제가 떨어졌다. 작가 선생님은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과제를 내주고 행동하게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의 특기는 ‘그냥 꾸준히 열심히 하기’이다. 매일 글쓰기 실천을 3년 동안 하며 배운 건 아무 불만하지 않고 그냥 쓰는 거였다.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일이니 바쁜 시간의 빈틈을 노리며 그냥 해버렸다. 일도 많고 피곤했지만, 나만의 특기로 열심히 했다.


수업하는 동안 작가 선생님과 두 번째 책에 관한 기획을 하고 목차를 구성했다. 7주 수업을 끝낸 직후부터 매일 글쓰기를 ‘초고 완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로 바꾸었다. 목표는 매일 한 편씩 쓰되, 50일 만에 끝내자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계획과 목차가 있으니 기획에 맞는 책 쓰기에 들어갔다. 작가 선생님은 항상 ‘글쓰기’와 ‘책쓰기’는 다르다고 했다. 기획에 참여하고 공부해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주말에는 두 편씩 완성하는 일이 잦아 졌고, 40일 만에 초고 완성을 했다.


초고 완성 후, 글을 좀 다듬었다. 그리고 ‘출간 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하여 100군데 출판사에 투고했다. 하루 만에 대형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원고가 선택되다니,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 느껴보는 희열감 같은 거였다. 나에게 연락을 준 출판사는 일을 빨리 진행해주기로 유명한 출판사였다. 작가 입장에서 일을 미루지 않고, 빨리 해결해 주는 출판사가 좋다. 작가 수업에서 알게 된 한 작가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 년이 다 되어서야 출간된 경우도 보았다. POD 출판을 하며 마음 고생을 많이 해봐서 그 부분은 너무나 감사한 부분이었다. 책 표지도 6개나 시안을 보여주며 선택권을 주었다. 나열 쌤의 도움으로 2개의 책 표지를 섞어 표지를 선택했다. 드디어 오늘 오후부터 두 번째 책이 예약 판매에 들어간다. 2주 정도 예약 판매 기간을 거치고, 4월 20일에 책이 출고된다.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독자들을 미리 모아 출간하는 경우가 많다. 가수들 앨범도 그런 듯하다.

 

책 제목은 《마음이 힘들 때마다 책을 펼쳤다》이다. 다년간 독서가로 살아오며, 책으로 희로애락을 버텨낸 나의 성장 독서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문장도 40권의 책에서 찾아내어 넣었다. 오늘 오후부터 예약 판매가 시작된다. 2주가 지나면 정식 출간 날짜인 4월 20일부터 배송이 시작된다. POD 출간 때와는 다르게 부담이 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정성을 다한 책이라 애착이 많이 간다. 두 번째 책이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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