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하는 것은 힘이 세다
3주 정도 집 안 정리에 몰두했다. 아이들 방을 분리해 주기 위해서였다. 첫째는 곧 고등학생이 되고, 둘째는 아직 초등학생이다. 나이 차이가 나는 데도 둘이 붙어 있으면 할 말이 많다.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는데 첫째의 시험 기간이 문제가 되었다. 초등학생이라 시험 기간의 중압감을 모르는 둘째는 첫째의 시험 기간에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방을 분리해 주기로 했다.
이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방 두 개를 각자의 물건을 가지고 나누어 주는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일상이 바쁘니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나씩 해결하자고 마음먹었다. 매일, 하나씩, 버리는 걸로 목표를 세웠다. ‘매일 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내 일상이 된다’ 내가 생활 신조로 삼고 있는 말이다. 매일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매일 하나씩 버리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물건을 빼낸 자리에는 묵은 먼지가 가득했고, 먼지를 닦고 말리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주일이 지나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았다. 주말에는 방 정리에 몰입했는데도 결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 2주일이 지나자 조금씩 방의 빈 곳이 보였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책 정리였다. 필요 있는 책과 없는 책을 가려 내기가 쉽지 않았다. 집은 좁은데 책이 늘어나니 종이책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3년 전부터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 ‘밀리의 서재’에 먼저 검색해 본다. 밀리에 책이 있으면 종이책을 사지 않고, 없으면 사서 보았다. 종이 책 구입을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쌓여 있는 책이 한가득이었다. 나눔할 수 있는 책은 나누고, 남길 책은 남겼다. 버릴 책은 과감히 버렸다. 그 작업이 2주나 걸렸다. 책 정리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 내 시간만 허락된다면 어렵지 않았다. 내가 책을 정리해서 현관 신발장에 앞에 두면 남편이 분리 수거장에 내려 주었다.
책 버리기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방 한 칸에는 책상이 붙박이 돼 있는데 다른 방 한 칸에는 책상이 없어서 새로 사야 했다. 지난 주 목요일에 책상을 사러 다녀왔고. 10월 7일에 배송 받기로 했다. 소파를 바꿨을 때는 가구점 기사님이 기존에 있던 헌 소파를 분리 수거장까지 내려 줬었다. 그런데 책상 가구점에서는 책상 설치만 해줄 뿐 다른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1200짜리 큰 책꽂이 3개를 남편과 내가 버려야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가구 버리는 곳이 지정되어 있는데 하필 내가 사는 동에서 완전히 반대에 끝에 있는 동 앞이다. 버릴 방법을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파트 소유로 있는 리어카를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책장을 빼려면 아이들 침대를 분리해야 했다. 침대 분리와 책장 버리기를 이번 주 주말에 하기로 했다.
드디어 토요일, 이른 저녁을 먹고 남편과 나는 아이들 침대 분리를 시작했다. 침대가 방문보다 커서 통째로 움직일 수 없었다. 침대를 분리해서 옮겨야 했다. 분리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조립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밀고 당기는 힘이 많이 필요했고, 자재끼리 연결하는 부위와 잘 맞도록 하는 것도 힘들었다. 침대 조립을 다 마치니 늦은 밤이 되었다. 침대 분리가 완벽히 되니 아이들은 어제부터 각자의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일요일인 오늘은 1200짜리 책장 3개를 버려야 했다. 지인들의 말대로 아파트 경비실에서 리어카를 빌려왔다. 엘리베이터로 책장을 하나씩 1층으로 내리고 리어카에 책장을 실어 지정된 장소에 내놓았다. 경비 아저씨께 폐기물 비용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장으로 양쪽 벽면을 가득 채웠던 방이 책장이 빠지니 휑한 방이 되었다. 어려운 숙제를 끝낸 듯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책장을 빼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3주간의 시간을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집정리하는 것에 마음을 쏟았다. ‘하루에 하나씩 하기’를 실천해서 또 하나를 완성했다. 조금씩 매일 하는 것은 힘이 세다는 걸 또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매일 하나씩 하기, 다음에 무엇을 해볼까? 집 정리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