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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Nov 04. 2022

톰크루즈의 진짜 리즈 시절

제리 맥과이어 


<제리 맥과이어>


제 생각에 리즈시절 톰 크루즈는 탑건이 아니고 제리 맥과이어입니다. 탑건 시절은 아직 농익지(?) 못 했습니다. 늘 이야기하듯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원석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정말 그의 리즈시절은 '캐치 미 이프 유캔'이며 제2의 리즈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입니다. 하여간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눈이 참 즐거웠....네네. 각설하고 이야기 들어갑니다.


제리 맥과이어는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든 웰 메이드 상업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고 있죠. 그 이유는 제리 맥과이어가 영리하게 잘 설계된 영화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맨 처음 영화의 시작. 제리는 자신의 직업과 배경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며 진실, 성실, 진솔함이 빠진 삶과 직업에서 방황하며 제안서를 씁니다. 이 제안서를 썼기에 우리는 제리의 결핍을 알게 됩니다. 그의 삶은 물질적이고 피상적인 것을 쫓는 행위 만 가득할 뿐 가슴은 없습니다.


더불어 이 제안서를 쓰는 행위는 일련의 사건들을 불러옵니다. 바로 ‘제리 맥과이어의 해고와 파산’입니다. 모든 클라이언트를 다 뺏기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영화는 제리가 해고당하는 순간 혹은 제안서를 회사에 돌리고 그가 약간의 후회의 발차기를 하는 순간, 그가 그토록 원했던 진실하고 진솔한 사람들, 사랑, 머리가 아닌 가슴 같은 것들이 서서히 그의 삶에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제리는 단 한 명의 클라이언트만 매니지먼트하게 되고 말마따나 파산하게 되죠. 그러나 엉겁결에 도로시와의 데이트에서 밤을 함께 하게 되고 의도치 않게 도로시의 사랑 고백을 엿듣게 됩니다. 이 영화의 곡선은 계속 이런 식입니다. 그의 상황은 점점 좋아지지 않는데, 진정한 사랑은 그의 옆에 더 다가서 웅크리게 되지요. 그가 몰라볼 뿐입니다.


여하간 상황이 안 좋아지자, 제리는 명목상 의료보험 커버를 위해 샌디에이고로 떠나려는 싱글맘 도로시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그는 ‘충성심(loyalty)’를 거론하며 도로시를 책임지려 결혼합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갈등의 소지(혹은 다시 말하면 영화가 지속될 동력)이 있습니다. 아직 그는 그의 삶의 허전함을 클라이언트와 자신의 성공에서 채우고 싶어 합니다. 혹은 허전함을 바라보기 이전에 과거의 잃어버린 영역을 회복하는데 집중합니다. 이것이 그가 도로시를 단순히 충성심의 자리에 가져다 놓은 이유죠. 아직 그에게 도로시는 책무의 영역에 있습니다.


결국 종내에는 그 한 명의 클라이언트가 극적인 슈퍼볼 경기 우승을 이끌어내는데요. 그라운드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그가 일어서는 순간에는 정말 엄청난 감동을 자아냅니다. 제리 맥과이어도 울고 선수도 울고 선수 부인도 울고 저도 눈물이 나오려 하더군요.


결국 제리는 애초 자신이 제안서에서 설명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성실하고 진솔한 매니지먼트 관계를 정말로 실현합니다. 즉 성공을 맛봅니다.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플래시 세례를 받고요. 그러나 이상하게 그의 표정은 어딘가 쓸쓸해 보입니다. 영화 맨 처음 설정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던 이상적인 관계를 이루어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여기서 주목. 그의 클라이언트가 가정적이고 모범적인 사랑의 곡선을 그릴 때마다 그의 쓸쓸함은 배가 됩니다. 아마 작가가 그런 효과를 노리고 설정한 것이겠지요. 그는 이제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비었는지 확실히 알게 됩니다. 그것은 ‘관계’이지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고, 클라이언트는 그의 고객을 넘어선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텅 빈 채입니다. 그는 도로시에게 달려갑니다. 그러고는 고백하죠. "당신이 나를 채워준다"라고.


결국 제리 맥과이어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그의 결핍이 어떻게 채워지느냐의 행로를 착실히 따라가는 영화이지요. 다만 그 사이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정확히 넣고(호감 가지고 - 만나다 - 위기가 오고 -다시 극복), 스포츠 드라마의 감동적이고 극적인 특성을 넣어 잘 버무렸지요.


하지만 이 영화가 그다지 기능적으로만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리 맥과이어의 결핍은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늘 꿈꾸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제안서를 밤 새 써서 자신의 의사를 만 천하에 공포해버립니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조직 문화에 대한 반감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제리 맥과이어 방식으로 실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의 평범함 속의 비범하고 특별함은 우리를 잡아둡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그가 언제 하나 남은 클라이언트와 성공할지에 궁금해하던 우리의 시선은 어느 틈새에, 언제 그가 진정으로 ‘행복해질지’로 바뀝니다. 성공의 정의의 변화를 관객과 제리 맥과이어 씨가 함께 겪어나가는 것이지요.


90년대의 톰 크루즈와 르네 젤위거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특히 젤위거의 금발과 약간 상기된 두 뺨은 아직도 눈가에 어른거립니다. 마지막은 90년대 영화답게 약간은 상투적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때로는 상투적인 고전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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