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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Feb 21. 2023

워킹맘의 출퇴근 여행 일기

나는 인정받고 싶다. 

나는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돌아서면 어떤 커다란 기계의 너트나 볼트 정도가 된 느낌이랄까. 누가 너트나 볼트의 역할에 기대를 품겠는가. 내가 하는 일이 조직이라는 기계를 앞으로 나아가는데 한몫을 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겠지만 그 나아감의 방향에 대해서 내가 결정하는 바는 거의 없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정작 누군가의 인정도 기대도 품은 적이 없으니 나는 그저 작은 고철이 된 기분이 든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인정을 갈구하는 나는 더욱더 쪼그라들거나 빛이 바래 간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네가 있는 그곳에서 벗어나는 게 어떻겠니?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서 있는 판에서 나 혼자 쏘옥 빠져나오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녹록지 않다. 그러니까 잘 계산된 플랜비. 그것이 절실하다. 


인정과 플랜비. 그것이 오늘의 글감 주제인 ‘사랑’과 무슨 상관이냐 묻는다면 난 이렇게 얘기하겠다. 나는 지금 다가올 내일을 어떻게든 사랑해내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들을 견디기 위해 나는 내일(tomorrow)과 내 일(my job)을 ‘사랑’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가슴을 뛰게 하는 생뚱맞은 플랜비를 찾아 그곳에서 조금이나마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나의 플랜비. 글쓰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서 생긴 아주 작은 힘으로 매일을 견디어 간다.  가정 내에서 그런 인정과 플랜비를 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나란 사람이 생겨먹은 것 자체가, 또 지금의 나의 상황이 쉽지 않다.


결국 나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창작 활동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인정을 받고 싶은 인간. 글을 쓰더라도 그것이 필요하다. 애초에 플랜비는 그러한 결핍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짓는 과정에서 그런 결핍을 온전히 채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좌절하고 힘들 때가 더 많다. 그런데도 나는 왜 글을 지을 때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될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글을 쓰고 있을 때의 나는 작지만 확실하게 내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 그것이 주는 안도감이 크다. 내가 확실하게 원하는 것을 지켜가고 있다는 감각이 나를 덜 불안하게 한다. 숨통도 트인다.  

여전히 나는 절룩거리는 플랜비를 껴안고, 갈지자를 그리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태생적으로 인정을 갈구하는 내 모습과 결핍도 여전하다. 어쩔 수 없다. 하루는 24시간이고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육아라는 낯선 섬에 정박해 있거나 사명감을 앗아가는 조직에서 나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니까 말이다. 


나는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동안에는 어떤 실패도 하지 않을 것이다. 글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인정이고, 작은 사랑이고 위로이기 때문이다. 


Ps: 글을 쓰다 보면 비상탈출하듯 어떤 모종의 플랜비에 내 인생이 좀 더 가까워질까요?  아이를 재울 때는 세상 피곤했던 내가 몇 자 두드리다 보니 조금 살아납니다. 죄책감과 즐거움이 동시에 밀려드는 이 기분. 역시. 글은 플랜비가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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