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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Jan 23. 2024

나는 가끔 정지우 작가의 글이 불편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진정한 관계를 모르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가끔 정지우 작가의 글이 불편하다. 


비혼과 비출산을 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편리함, 효율, 방해없는 몰두 등으로 퉁쳐버리는 느낌이 있다. 그는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꼭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나를 묶어놓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느슨한' 관계의 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기서 방점은 느슨함에 있다. 다양한 거리를 가진 관계의 가지치기와 연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이다. 



" 내가 나의 욕망이나 쾌락에만 고도로 몰입하면서 얻는 것 못지않게, 나를 희석시키고 뒤로 물리면서 얻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간다. 내가 혼자 놀이동산에서 가서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타고 싶은 것을 전부 다 타면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배워가는 삶은 진정한 행복이 그와 다른 것이라 속삭인다." 

(정지우 작가 칼럼 中 / 삶은 나와 사랑을 나눈 사람들의 총합 / 인용) 




나를 희석시키고 뒤로 물리는 일은 여성에게는 익숙한 일상이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몰입할 시간이 여성 특히 엄마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를 사회 전체가 함께 손에 쥐고 풀어나가려고 노력하지 않는한 출산율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용기의 문제다. 뻔히 알면서도 불 속으로 누가 제발로 들어가겠는가.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문제는 편리함, 효율의 프레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나는 출산율을 걱정하지 않는다. 인구가 줄까봐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낳는 그 과정을 희생이라 부른다면, 그렇게 희생하기에 얻게 되는 조금 더 큰 가치와 질적으로 다른 행복들을 논의하기엔 여성에게만 주어진 짐과 역할에 대한 기대가 아직 너무 크다. 



갈수록 여성 양육자는 소수가 되어 갈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를 더욱 더 적게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라는 자리의 사회적 역할과 기대 그리고 환상은 반대로 계속 커질 것이다. 



누군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가치와 질적으로 다른 행복을 얻기 위해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나는 여성들에게 모든 것을 다 겪어야 당신의 인생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MZ칼럼]삶은 나와 사랑을 나눈 사람들의 총합 - 아시아경제 (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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