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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암 Oct 24. 2015

단편소설

질문.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 질문에 고민하던 네가 좋아지게 된 것이. 나는 질문을 했다.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 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쁜 사람이다', '착한 사람이다' 따위의 대답이 아니었다. 어느 한쪽의 선택을 하라는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려워하고, 고민하는 것. 그 자체가 내가 원하는 답변 이었다. 어쩌면 이 질문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혹은 비슷한 세계에서 사는 사람인지 생각할 수 있는 판단의 질문이 되었다.


언젠가 한 여자에게 물어봤다. 그녀는 단호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확고한 사람이었고 뚜렷한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답을 알고 있었고, 그렇게  행동했다. 색으로 비유하자면 그녀는 빨간색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아마 그 질문의 틀속에서 나는 헤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질문에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리라 생각도 못했다. 쉽게 질문도 안 할뿐더러, 원하는 답변을 얻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평생 못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살아가겠구나 생각했다.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의외의 자리에서 의외의 사람에게 이 질문을 던졌고, 내가 원하는 답변을 들었다. 그게 너란 사실을 원망했다. 다가가기 힘들었고, 가까워지기 힘들었다. 또한 네가 좋아진다 하여도, 그건 나만 해당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사랑은 두 손뼉이 마주쳐야지 소리가 나는  것처럼, 한 손으로는 박수소리를 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너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위로가 자주 오고갔다. 조금씩, 하루마다 네가 점점 커졌다. 은밀한 암호처럼 메시지로 나의 속마음을 내 보였다. 이 마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 절제해야지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떻게 흘러갈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와 너의 과거가 이런 마음을 갖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너도 혼란스럽다. 그녀는 못본체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더 좋아한 쪽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저기요. 만약에, 겉은 착한 사람인데, 마음은 악한 위선적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착한 사람 일까요? 아니면, 나쁜 사람일까요?"


나는 너를  볼 때면, 이 질문에 답하던 너의 두 눈을 기억한다.

그리고 너의 내일을 욕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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