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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암 Oct 22. 2015

단편소설

기침

기침을 했다. 눈물이 났다. 기침 때문에 눈물이 났던 걸까. 내 마음은 장마가 시작되었다. 남들이 볼까 재빠르게 눈물을 감춘다. 네게 그런 말을 들어 그런 것 같다.


"네가 싫어졌어."


말을 돌려서 했어도, 나에겐 이렇게 들렸다. 몇 번을 생각해도 그랬다. 너와  가까워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다. 마음의 준비도 했었다.


"응."


내가 대답했다. 수 천, 수 만 번 다른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네 사정을 알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하지 못한 말들이 눈물이 되어 한순간에 튀어나온 것 같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켜진 모니터만 바라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염없이 기다렸다. 다시 나에게 온다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받아주겠다고.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 것으로 끝날 것이다. 잠시나마 서로가 서로를 향해있었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갔다. 앞으로의 날들은 너의 존재를 지우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부터 너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다만 친절했기 때문에 내 세계를 받아 주었다. 나는 쉽게 빠져들었다. 내 생각과 비슷한 거라고 여겼다. 단지 나는 네게 스처지나가는 재밌는 사람 가운데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가 편한대로 생각해도, 미안하다. 물속에 빠져, 허우적 되던 나에게 손 내밀어 준 것은 너였다. 너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은 것을 바랐다. 젖은 옷을 말려주길 바랐고, 고픈 배를 채워주길 바랐다. 그렇게도 난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너는 갈길이 있었고, 나 때문에 많은 시간을 지체했을 수도 있다. 그러한 모든 것들이 내 마음을 채웠다.


무엇이었을까. 너는 내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나만의 편협한 생각을 만든다. 네가 그럴지라도 나는 그렇다.


인생은 그렇다.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게 난 참을 수 없는 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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