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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Mar 29. 2021

오십 대  여성활동가

오십의 인생

사십이란 나이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되다.


사십이라는 늦은 나이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되었다. 대안교육시설 교사로 평범하게 살아오다 불현듯 시작된 평택평화센터와의 인연. 그렇게 시민사회활동가가 되었다. 사십이라는 나이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뛰어난 능력도, 총명한 머리도 탁월한 리더십도 없는 평범한 사십 대인 나는 그저 매일매일, 꾸준히, 정성을 다하는 것이 다였다. 그렇게 3년, 5년, 7년 시간이 흘러갔다. 미군기지 관련 사안들은 워낙 큰 과제들이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소비하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운동가의 쓸모를 능력으로 구분하며 스스로 상품으로 전략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번아웃이 되었다. 그림일기는 그런 시기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4년을 매일매일 그렸다. 그리고 일상을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오십이 되니.. 꽃이 참 좋아요^^

그저 매일매일을 정성을 다하는 것.


시민사회활동가로서 나의 성과라면 매일매일을 정성을 다했다는 것. 화려한 성과를 내고,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뛰어난(주인공 같은) 활동가는 아니지만 여전히 매일매일을 꾸준히, 정성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이렇다 할 것들을 이루지 못했다는 괴로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일수록 일이 점점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면서 이 일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어쩌다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내 삶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 되면서 나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었다.

한송이 일 때는 그다지 화려하지도 특별할 것도 없는 꽃송이. 하지만 함께 모여있으면 엄청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요.             벚꽃은 평범한 우리네 모습 같아 그려보았어요



 '나 같은 평범한 활동가도 있어. 괜찮아.'


이제는 오십 대. 여전히 매일매일, 꾸준히, 정성을 다하는 것이 다다. 하지만 어떤 긴급한 사안이 닥쳐와도, 빛나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오십 대의 여성 활동가가 되었다. 이제는 나와 같은 평범한 동료들에게 ‘나 같은 평범한 활동가도 있어. 괜찮아.’ 알려주고, 뒤에서 든든하게 바쳐주는 동료이고 싶다.


오십의 나이는 빨랫줄에 걸린 늘어진 빨래 같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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