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의 클래식 일기 36
먹는 일은 단순히 마음 문제만은 아니다. 문명 전체와 관련이 있다. 문명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밥상머리에서는 식탐의 긴장과 공포가 감돈다. 어떤 이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을 덮친다. 뭐든 갈비 뜯듯이 먹는다. 밥도 초콜릿도 아이스크림도 뜯는다. 커피도 뜯어 마신다. 음식을 흘리고 괴수처럼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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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짓국을 그렇게 먹고 있으면 흡혈귀 같아 보이니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 과도한 식탐을 부리면 식사 후에 점잖게 묻는 거다.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오셨어요?"_[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276p.~277p.
돼지 목살을 먹어보고 나서야 돼지에게 목이 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_[같은 책] 279p.
"그런데 여보, 식탐은 나보다 당신이 한 수 위 아닌가?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오셨어요?"
지그, 지그, 지그, 박자에 맞춰 / 죽음은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와 춤춘다 / 한밤중에 죽음의 춤을 시작한다 / 지그, 지그, 지그,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 겨울바람이 불고, 밤은 어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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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갑자기 춤을 멈추고 / 서로 밀치며 날래게 도망친다. 새벽닭이 울었다. / 오, 불행한 세계의 아름다운 밤이여! / 죽음과 평등이여 영원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