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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성조 Sep 13. 2023

0일 차. 몽골 여행 준비물 목록(1)

가방, 여권 등 서류, 공용 준비물, 전자기기, 상비약


 일요일 야심한 새벽 한 시. 공항버스 타기 5시간 전. 지금 나는 방구석에서 혼자 캐리어를 열어젖혀 놓은 채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캐리어 공간은 한정적인데 포털사이트에서 수십 개의 리뷰를 보며 필요하다는 것은 일주일 동안 다 모으고 구매했더니, 물건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공식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우선 생존을 위한 4계절 옷을 모두 캐리어 안에 무식하게 쑤셔 넣는다. 그리고 대책 없이 챙겨놓은 물건들을 이것저것 넣었다 빼 본다. 아주 생생하고 자세하게 상상을 한다. 과연 이 물건에게 할애해 줄 공간이 있을까? 심사위원이 되어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그리고... 새벽 세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제대로 된 잠은 공항버스와 비행기 안에서 자겠다고 다짐한 채로 침대에 눕는다. 이제 당분간 푹신한 침대와도 안녕이다.


까다로운 심사에서 살아남았던, 몽골 생존을 위한 준비물 리스트를 공유한다. 정말 유용했던 건 밑줄로, 준비는 했지만 사용하지 않았던 쓸데없는 물건들은 빨간색으로 가감 없이 모두 적었다. 





<01. 가방 & 침구류>

* 26인치 캐리어

 캐리어 사이즈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무난하게 26인치를 챙겼다. 당일 공항에 도착하니, 6명의 동행 중 2명은 29인치, 3명은 26인치, 2명은 24인치 캐리어를 가져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모두 자신의 캐리어 사이즈에 만족했다.


 사실 유럽 여행 때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캐리어를 질질 끌던 고생이 떠올라, 작은 걸 가져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정작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묵었던 2일을 제외하고는 계단 오를 일이 없었다(생각해 보니 당연하다). 그리고 몽골은 감사하게도 가이드와 기사님, 게르 현지 직원들이 캐리어를 들고 옮겨 주신다.

 

 그러니 기념품을 많이 살 예정이거나, 보부상이라면 맘 편히 29인치 캐리어를 선택해도 괜찮을 듯하다. 다만 푸르공의 트렁크 공간을 생각해서, 동행이 많을 경우 미리 서로의 캐리어 사이즈를 확인하도록 하자.

    


* 여행용 백팩

 현지에 가서 자주 쓰는 물건들은 여행용 백팩에 넣고 다녔는데 꽤 유용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부지런하다면, 그냥 캐리어 하나에 다 넣어도 무방하다. 내가 백팩을 가져간 건 '녹초가 된 채로 게르 안에서 15kg짜리 캐리어를 바닥에 눕힌 뒤 물건을 찾는 행위'가 귀찮아한 선택이니깐.


 출국날에는 빈 배낭에 부피가 큰 침낭과 보조 배터리만 쑤셔 넣고 일부러 다른 물건은 하나도 넣지 않고, 귀국 때 기념품과 늘어난 짐을 담을 여유공간으로 사용했다.



*힙색

 내 몸처럼 붙어 다닐 작은 힙색을 챙겼다. 배낭은 없어도 되지만 이건 필수다. 여행 중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핸드폰, 보조배터리, 약간의 현금, 인공눈물, 보습제, 휴대용 물티슈와 화장지 등을 넣어 다녔다.



*침낭

 몽골 투어에서는 미리 신청할 경우 침낭을 대여해 주는 곳이 많다. 침낭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는 블로그 후기를 많이 봐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결국 구매했다.  


 내가 구매한 침낭의 가격대는 2만 원 정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춥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여름 여행이어서 전혀 불편하지 않고 정말 따뜻했다. 몽골에서는 게르 침대가 푹신하지 않고 벌레가 꽤 자주 출몰해서, 침대 위에 침낭을 깔고 그 안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 그리고 낮에는 돌돌 말아 베개로도 자주 사용한다.


 다만 투어 전후로, 공항에 부피가 꽤 큰 침낭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정말이지 귀찮고 번거로웠다. 제일 작은 것을 구매해도 어차피 캐리어에는 안 들어간다. 무조건 따로 들고 다녀야 한다. 무던한 사람이라면 침낭 대여를, 깔끔한 사람이라면 침낭 구매를 추천한다.         



*목베개   

 필수라고 열 번 이상 외쳐본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챙기시길. 이동시간 내내 피곤해진 목을 지탱해 준다. 베개가 마땅치 않은 숙소에서는 게르 안에서도 사용한다. 오프로드에서 몸이 튕겨 나갈 때도 목을 단단히 받쳐줄 수 있도록, 목베개의 양 끝에 단추가 달린 제품을 추천한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공기를 불어서 사용하는 에어 목베개를 구매하는 경우도 봤는데, 나는 영 불편했다.


<02. 여권, 서류 처리>

다른 것들은 없어도 된다. 하지만 서류들은.... 두 번 세 번 확인하자. 필수품이라 밑줄은 생략한다. 


* 여권

* 여행사 투어 비용  

보통 투어사에서 원화로 준비해 달라고 한다. 꽤 큰 금액을 오랜만에 인출해서, 소매치기당할까 봐 힙색에 꽁꽁 싸갔다. 흰 봉투 여분을 몇 개 준비했는데, 지갑 대신 유용하게 잘 썼다.  


* 체크카드, 신용카드

visa, master 해외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자. 특정 가게에서 갑자기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 2개는 챙기자. 가게에서 6자리 pin번호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초기 카드 비밀번호+00이니 미리 확인하고 가자.


* 여분 현금 20만 원, 100달러

몽골은 국영 백화점에서 원화나 달러 환전을 쉽게 할 수 있으니, 몽골 화폐인 투그릭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관광지에서는 투그릭이 없으면 아예 원화를 받아주기도 한다.

 몽골에서는 현금 쓸 일이 별로 없다. 공금과 단체 티셔츠 구매 포함, 몽골 현지에서 실제로 사용한 금액은 15만 원 정도(2023년 8월 기준 38만 4천 투그릭).  


* 스마트폰 - 각종 서류 정리용

 여권 사본, 여행자 보험 계약서 및 보장범위 표, 투어 일정표, 첫날 숙소 주소(공항에서 보여주면 입국심사 할 때 편하다), 비행기 E티켓, 여행사 연락처, 입출국일 공항버스 표등을 갤러리에 저장했다.

 각종 서류들은 코로나 이전만 해도 죄다 직접 인쇄했는데,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스마트폰 앨범에 따로 저장해 두는 것이 활용도도 좋고, 번거롭지 않았다.




<03. 공용 준비물> 

여행 전, 동행들과 회의 후 나누어 챙기자. 6명 여행 기준, 6개까지는 필요 없지만 잘 사용한 물품이다.


* 멀티탭 - 2개.  21세기 인간이라면, 6구짜리 2개는 준비하자(6인 기준).


* 랜턴 - 4개. 더 있어도 좋음.

밤이 무섭게 어두운 곳이다. 배터리가 귀해서, 핸드폰 랜턴도 아껴서 써야 한다. 게르 당 헤드 랜턴 1개, 테이블에 놓고 쓸 랜턴 1개씩 공용 구매했다. 혹시나 몰라 저렴한 2000원짜리 작은 랜턴도 비상시를 대비해 2개 더 샀고, 모두 잘 사용했다.


* 각종 소스류 - 4개. 고추장, 쯔란, 고추냉이, 시치미 소스를 챙겼다. 몽골 현지 음식의 강한 향을 덮어준다.  


* 자물쇠 - 2개

자물쇠가 없는 게르가 있다고 해서 준비했다. 막상 가보니, 자물쇠를 주는 게르가 훨씬 많아서 없어도 되겠다 싶었지만, 열쇠형이 대부분이었다. 열쇠 들고 다니기 번거로울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비싼 거 살 필요 없고, 다 있는 그곳에서 2000원짜리 사면 된다.   


* 보드게임 - 3세트. 부피 작은 것으로. 감사하게도 동행 중 보드게임 마니아가 있어 챙겨주셨다.  

* 삼각대 - 1개.  밤하늘 촬영용. 그러나 눈으로 보는 걸 이길 수는 없다.

* 블루투스 스피커 - 1개. 음악 감상용

* 우산 - 2개

믿기 힘들겠지만 화장실 대용. 몽골의 대자연을 화장실로 이용할 때, 서로 민망하지 않게 해 준다. 더운 날에는 양산이 되고, 투어 중에 갑자기 비가 올 때도 유용하다.

 


<04. 전자기기류>  

열흘간의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본인이 21세기 디지털 세상 인간임을 확신했다.


* 현지 유심   

 투어사에서 챙겨주는지 꼭 미리 확인하자. 몽골 공항에서 가이드에게 10박 11일 투어 기준 7G 유심을 받았다. 동영상을 볼 것이 아니라면 매일매일 사진을 전송하는 걸 감안해도 7~10G 면 넉넉했다. 한국 통신사 로밍보다, 현지 가게에서 유심을 구매하거나 데이터를 추가로 충전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 보조배터리

 필수. 몽골은 전기 사용이 한정적이다. 애초에 콘센트가 없는 숙소도 있고, 기상 상황에 따라 정전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전기가 끊긴다는 두려움에 너무 과하게 들고 가지는 말자.

 

 나는 보조배터리를 무려 3개를 챙겼는데(각각 20000,16000,10000 mAh), 정말 후회했다. 한국에서는 잘 작동하던 보조배터리가 몽골 더위를 먹었는지, 새로 구매한 작은 보조배터리 빼고는 죄다 고장 나 버린 것이다! 웃긴 것은 그래도 열흘간 어찌어찌 잘 살 수 있다. 애초에 전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하는 날도 많아서, 보조배터리를 많이 들고 가더라도, 매번 다시 충전하기도 어렵다.

 

 힙색에 넣거나 핸드폰에 꽂아두고 매일 사용할 가벼운 보조배터리 1개, 공간 여유가 있으면 캐리어에 보관해 놓고 긴급 상황에 동행들과 함께 사용할 넉넉한 용량의 보조배터리 1개면 충분할 듯하다.     

 

* 핸드폰 충전기

 반대로 1개만 챙겨갔다가 후회했다. 분실의 위험도 있을뿐더러, 위에서 말했듯 전기가 되는 숙소에서도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2시간 동안 핸드폰과 보조배터리를 모두 충전하기 위해서는, 2개의 충전기를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 무선 이어폰, 유선 이어폰

많이 쓸 줄 알았는데 한 번도 안 썼다. 무선 이어폰은 충전도 어렵고, 잃어버릴까 불안해했다. 푸르공 안에서는 기절해서 자거나 스피커로 음악을 들었다. 혹여나 필요한 일이 생겨도 유선 이어폰은 현지 구매가 충분히 가능하다.


* 음원 다운로드하기

 몽골 여행의 반은, 이동이다. 이동 중에는 한국처럼 스트리밍이 어려우니, 미리 다운로드하여 가자. 유튜브에서 장르별로 1~2시간짜리 노래모음 리스트를 5개 오프라인 저장해 갔는데, 10일 차쯤 되니 다들 노래 순서를 외우기 시작했다(?!).

 많을수록 좋다! 별이 알알히 박힌 밤하늘의 배경음악이 되어 줄 음악, 푸르공 안을 신나게 달리며 들을 음악들은 귀국 후에도 주기적으로 떠오를 노래들이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자.



<05. 상비약>

 투어를 시작하면 약국을 찾을 수 없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단 준비하자. 출국 전 동행들과 준비한 상비약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추천한다.


 또 한국에서의 내 신체 컨디션을 생각해 보고(멀미, 장염, 변비 등), 일단 필요하다 생각되는 물품은 여행 일정동안 모자라지 않게 넉넉히 챙기자. 내가 한국에서 종종 멀미를 하는 사람이면, 몽골에서는 아마 열흘 내내 멀미를 할 거고, 매일매일 쾌변이 어려운 인간이면, 몽골에서는 여행 내내 화장실 간 횟수를 손에 꼽게 될 확률이 높다.  

 

* 타이레놀, 소화제, 멀미약, 지사제, 변비약(생약, 알약형 각각 준비), 연고, 밴드 등.



-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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