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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Feb 10. 2022

나뚜기의 병상일기(4)

병원에 울려 퍼지는 나의 샤우팅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위 해 밥을 차려주고 가져다주는 건 너무 좋지만, 너무 일정해서 죽을 맛이다.

아침 7시 30분이 되면 이모님께서 "밥이요~"라고 하며 문을 활짝 열고 식판 4개를 놓고 홀연히 사라지신다.

자다가 밥이라는 말에 어느샌가 벌떡 일어나 침대에 있는 상을 펴고 아침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동생이 주말에 일을 쉬어서 동생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었다.

동생의 지원사격으로 아이들의 스티커 북과 여러 가지 간식류를 얻을 수 있었다.

멀리서 왔는데 면회가 불가능 하니 병원 로비에서 물건만 전해받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동생은 돌아갔다.

냉장고가 든든하니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군인으로서 배급선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고집 센 둘째와의 한 시간의 혈투가 벌어졌다.

이유는 이미 많은 시간 유튜브를 본 둘째가 또 유튜브를 보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점심밥을 먹을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에 밥을 먹고 또 보자고 이야기했지만 똥고집 둘째는 막무가내였다.

평소 같았으면 "알았어.. 대신 조금만 더 보는 거야"라고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었겠지만, 계속 이렇게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적으로 다 들어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실로 아이와 둘이 돌아와 이번만큼은 아이에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것 같았다. 

몇 달 전, 오은영 박사님의 영상에서 "아이들은 절대 하루 종일 울지 않아요"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순종적인 첫째 아이와는 달리, 자기주장이 꽤 강한 편인 둘째는 한 시간이 넘어서야 "밥 먹고 볼게요"라고 엄마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아이가 울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고, 괜히 내가 어린아이를 잡나 싶었지만 세상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온 점심밥을 둘째는 거의 흡입 수준으로 먹었다.

(울고 난 후, 칼로리 소모로 인하여 허기짐을 엄청 느낀 듯했다)


오늘 5분 단위로 번갈아가며 울고 징징거리는 애들 때문에 결국 폭발하여 막 소리를 질렀더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병실로 찾아오셨다. 알고 보고 간호사실까지 우리 병실에서 소리 지르거나 우는 게 다 들리고 있었다.

역시 난.. 인내력 제로인 엄마인가.. 또 자책 타임을 가졌다.ㅠ


매번 치료받으러 갈 때마다 애 둘을 데리고 내려가서 유튜브를 틀어주고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베드에 눕는데, 의사 선생님이 오늘 그런 날 지그시 보시더니

"어깨 다치셔서 힘드실 텐데 엄마의 어깨다 참 무겁다. 그쵸?" 라고 하셨다.

갑자기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른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병실에는 빨래를 널 곳이 없어 내 머리맡에 양말들을 걸어놓았다. 산타 할아버지가 계시다면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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