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녀는 일요일을 싫어해
간호사분께서 일요일은 진료가 없다고 했다.
진정한 육아헬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음 같았다.
오전, 오후 진료받는 동안 만이라도 분위기도 환기할 수 있고, 나도 베드에 가만히 누워있을 수 있으니 좀 쉬고 치료된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일요일은 그게 불가능했다.
일요일 하루 동안 아이들에게 협박성 멘트를 도대체 얼마나 많이 했는지 셀 수가 없는 지경이다.
간호사 선생님한테 말 안 들어서 침놔달라고 해야겠다!!, 도깨비 아저씨한테 전화해야겠다!!
등등..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에 너무 통제가 안되니 그런 말들이 나왔다.
아이들은 공포스러워하며, 그때 당시에는 말을 잘 들었다.ㅠ
아마 우리 같은 직장인들에게는 "당장 내일부터 니 책상 빼야겠다!!, 너 퇴직금 주지 말아야겠다! " 정도의 공포였을 것이다.
갇혀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육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나는 지름신이 강림하였다.
슈퍼 배달어플에서 먹고 싶은 컵라면들을 클릭하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후 배달이 왔는데 나는 배달 상자를 받고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을 웃었다.
배달 상자 안에는 컵라면이 10개도 넘게 들어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아마 배달을 받아주신 간호사 선생님도 무슨 환자가 컵라면을 이렇게 많이 시키나 의아해하셨을 것이다.
(당일날, 애들 짜장라면 포함 4개를 먹은 건 안 비밀)
입원해 있는 동안 한약은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제공되는데 큰아이는 (7세) 한약을 꽤 잘 먹었다.
의외의 복병은 바로 나였다.
나는 한약 냄새 때문에 한약을 잘 먹지 못해서 항상 코를 막고 먹는다.
남편의 "어떻게 7살보다 못하냐"는 평가에.. 나는 큰애를 코 막고 먹게 했다... ^^
둘째는(4세) 현재 기저귀 떼기 훈련이 한창인데, 나름 표현을 잘해서 저녁에 자기 전과 장거리로 어디를 가야 할 때만 기저귀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둘째는 바지에 3회 연속으로 실수를 했다.
처음 한, 두 번은 그래도 참을만했는데 3번째가 되니.. 나는 또 이성을 잃은 엄마가 되고 말았다.ㅠ
사람들이 다니는 복도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복도를 다 닦고 바지도 더 이상 갈아입을 게 없어서 형의 바지를 접고 접어서 입혔다.
아침에 내가 식판을 치우다가 그릇을 하나 떨어트렸는데 그게 하필 깍두기 그릇이었다.
복도와 병실 바닥, 그리고 문까지 깍두기 국물로 범벅이 되었다.
역시 남편이 나는 새우깡녀가 확실하다고 하였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
나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