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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Feb 13. 2022

나뚜기의 병상일기(7)

2022년 베이징 올림픽! 환자 뒷목 잡게 하네!!

드디어 우리 집 남자 3인방이 퇴원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내일 나가게 되었다.

나는 아직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일주일 더 남기로 했다.

내일부터 진정한 나의 치료가 시작될 것 같다.

간호사분들도 모두 나를 축하해(?) 주었다.

현재 나는 오른팔로 나의 왼쪽 어깨를 잡을 수 조차 없는 상태이다.

오른쪽 어깨에 이상이 생긴 거 같은데 이번 주에도 차도가 없으면 MRI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어깨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 살짝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갑자기 왼쪽 무릎의 통증도 시작이 됐다. 의사 선생님께서 원래 통증이 몸에서 돌고 돈다고 하시면서 전형적인 교통사고의 특징이라고 하셨다.

길고 긴 장기 레이스가 될 거라고 하시며.. 이 긴 레이스를 절대 대충 넘기지 말라고 하셨다.

그냥 놔두면 소위 말해 '골병'든다고..

왜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섭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의 환자복은 초록색인데, 평소 직업으로 인하여 입는 옷이 매일 입는 옷이 초록색인 나는 병원복까지 초록색인 게 징하다 싶을 찰나에 물리치료실에서 분홍색 환자복을 입고 있는 여성 환자분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 샤워하러 가는 길에 간호사에게 혹시 분홍색으로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으나 간호사분께서 퍽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며 그건 스몰 사이즈인데...라고 하셨다.

아.. 스몰.. ^^;; 

스몰 너무 낯선 단어.. S.M.A.L.L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올림픽이 한창이라 애들은 재우고 휴게실에 TV를 보기 위해 갔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내가 중학교 때 했던 드라마인 "인어아가씨" 재방을 보고 계셨다.

전혀 올림픽은 관심 없는 느낌이셔서 병실로 돌아와 핸드폰 어플을 통해 보다 안보다 했는데, 최악인 중국산 빙질에 거의 모든 경기에서 넘어지는 쇼트트랙 선수들이 발생하고, 편파판정이 난무하는 경기였다는 평이 많아서 차라리 "인어아가씨"가 나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장난감 하나 없는 이곳에서 자기들끼리 놀이를 개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둘째(4세)는 일회용 접시를 세면기에 열심히 씻으면서 설거지 놀이를 하는데 제법 혼자서 뽀득뽀득 깨끗하게 씻어냈다. 놀이로만 끝나지 말고 자신의 일인 양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요즘은 남자라고 해서 설거지 안 하고 그러면.. 바로 아웃당하는 세상!


이 건물 1층에는 공차가 있는데 그게 너무 마시고 싶다. 외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9층 병실과 6층 치료실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공차에 전화해서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줄 테니 엘리베이터에 음료만 태워서 9층으로 보내달라고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세계인의 축제를 어떻게.. 자기들의 운동회로 만들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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