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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리 Sep 17. 2021

심청이 엄마가 사망한 이유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어요."

나의 사고를 지켜보면서 별일없이 출산하는 것이 '별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며 한 지인이 말했다. 


맞다. 출산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만큼 흔하고 위험한 일이라면 노란색 임심대백과책 첫페지에 대문짝만하게 적어놨을 일이다. '경고! 오래 살고 싶으면 시도하지 마시오.' 산부인과에서도 첫 초음파를 보던 날 "어쩌죠..임신입니다..."라고 우울하게 말했을 거다. 


사고의 시작이었던 '산후출혈'은 출산직후 24시간 이내에 출혈량이 500㎖ 이상일 경우를 말하는데 산모5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고 한다. 산후출혈의 대표적인 원인은 자궁 또는 산도 손상, 자궁수축부전, 잔류태반, 혈액응고장애로 유전이나 생활습관과도 관련이 없다.



과거에는 심한 출혈로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콩쥐엄마도 심청이 엄마도 산후출혈이었으리라 추측해본다.) 지금은 자궁을 수축시키는 약물을 투여하므로 심한 출혈이나 사망은 비교적 '드물게' 나타난다.*


두둥. 드물게. 아주 없진 않다는 말이다. 


매년10~16명은 산후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09년~2018년)의 모성사망자수는 연평균 49.8명으로 그 중 20~30%는 산후출혈이 사망 원인이다. (나도 그들중에 포함될 뻔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출산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곳이 있긴 하다. 바로 보험회사. 퇴원 후 2천 만원 가까이 나온 입원비를 실손보험사에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기본적으로 실손보험은 임신/출산에 대한 약관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험약관 한 구석에 적혀있다.) 누군가 소송을 걸라고도 했지만 우리가족은 문제삼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살아 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혹시 엄마가, 아내가, 언니 누나가 별일없이 출산했다면, 당신은 너무 흔해서 보이지 않는 '기적'을 경험한 사람이다.



*산후출혈 설명 출처: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백과사전, 통계청


슬의생이 끝났다.. 아쉬워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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