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었지만, 행복하고 고마웠던
천둥아, 번개야.
아빠의 육아휴직이 어느덧 일주일이 남은 어느 날,
그 전에는 먼 미래의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천둥번개와 까치후추와의 여행을 갑작스레 계획하게 됐어.
얼마 전 백화점으로의 첫 외출에서 아직까진 외출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여행은 정말 힘들겠구나 생각했던 게 이렇게 갑작스레 추진될 줄은 몰랐어.
게다가 우리가 가는 날 전후로 비가 많이 와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었지.
가기 전날까지도 고민하다 막상 디데이에 다다르니 비가 점점 잦아들다가
출발하는 날에는 감사하게도 비가 멈춰주었어.
엄마와 아빠 두 명 뿐이었다면 그렇게 멀지 않았을 거리지만
천둥이랑 번개, 그리고 까치와 후추까지 넷을 모두 데리고
이렇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라 엄청나게 긴장했었지.
게다가 짐이 너무 많아서 강아지 유모차의 프레임은 엄마가 안고 타고
우리 천둥이와 번개에게 쓰러지지 않도록 한 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잡고 있었어.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도착한 숙소는 정말 다행이도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여행을 간 모두의 마음에 쏙 들었어.
앞마당에는 바베큐 화덕과 그릴이,
그 너머에는 자그마한 개울에 물이 흐르고
건물 부지 안쪽에는 방문한 사람들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텃밭이 있어서
고추와 쌈채소들을 뜯어다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더라고.
잘 정돈되어 있고 큼지막했던 주방은
여행기간 내내 숙소에 머물 예정이었던 우리에게
이 숙소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
앞으로는 주차장과 어울리게 잔디가 정돈되어 있고
저 멀리 어제 온 비로 무거운 안개가
산등성이에 조롱조롱 걸려있는 풍경.
그리고 안에서 봤을 때에는 창 프레임 안에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어
밖에 나가지 않고도 갤러리를
감상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
천둥이와 번개가 없던 시절의 엄마와 아빠라면
이렇게 2박 3일 동안 여행을 왔을 때 분명
여기까지 왔으니 주변이라도 둘러보고
맛집이라도 찾아보자며 근처를 탐방했겠지만,
천둥이와 번개, 그리고 까치와 후추가 함께 온
이번 여행에서는 궂은 날씨와
아직 육아와 여행이 서툰 엄마아빠 때문에
숙소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여행은
의외로 삼시세끼 해먹어야 하고
아기들과 강아지들도 돌보느라
숙소에서만 머무는 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지루할 틈이 없이 스케줄이 빡빡하더라고!
엄마와 아빠는 천둥번개 출산 후 처음 하는 여행이었는데,
환경이 많이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도 밤에는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말 잘 자주는 우리 천둥이와 번개 덕분에
감사하게도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을 마시며
오랜만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아직은 스스로 몸을 가누는 게 익숙하지 않은 너희들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며 점점 목과 손을 가누고
너희들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지며
의사표현까지 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여행이 얼마나 풍성해질지
여태까지 엄마, 아빠만 함께 했던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앞으로 우리의 삶이 너무나 궁금하다!
처음 하는 여행.
물론 어떤 처음이 그렇듯 많이 힘들었지만,
여행하는 동안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잘 지내줘서
엄마와 아빠가 정말 고마워!
2023년 7월 23일 일요일
언젠간 우리 여섯의 여행이
한껏 더 수월해질 날을 기다리며
천둥이와 번개와의 여행이 기다려지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