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나 Aug 18. 2023

첫 번째 나들이

쌍둥이는 외출도 쉽지 않네!


첫 여행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엄마와 아빠는 여행 예행연습을 위해 처음으로 천둥이와 번개를 데리고

외출을 하기로 결심했어!


여행과 외출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적어도 외출도 안 해보고 여행을 시도하는 것 보다는

뭘 준비해야 할 지 미리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어.

(얼마나 힘들지 미리 가늠해보는 것도 목적에 있었지...!)


주변에 아기를 키우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난이도가 쉬운 편에 속한다는 백화점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천둥이와 번개, 그리고 엄마, 아빠의 식사시간을 고려해

철! 저! 히! 시간을 계산해서 움직였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들도 웬만하면 모두 챙겨서

네모낳게 각이 잡혔던 기저귀 가방의 바닥이 둥그래질 정도였지.


그리고 수유를 할 수 있는 곳과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곳,

쌍둥이 유모차를 가지고 들어가 밥을 먹을 만한 곳 등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정보들을 모두 파악하고 출발했지.


막상 출발하니 예상과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어.

너희들이 사람 많은 곳에서 마구 울어 힘들게 하지도 않았고

밥 먹을 때 보채지도 않았고

응가가 삐져나오거나 하는 비상 상황도 없었지.


그런데 엄마 아빠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무더운 여름날 냉방이 안 되는 주차장에서 아직 익숙치 않은 쌍둥이 유모차를 펼치고

너희들 또한 익숙하지 않을텐데 땀을 뻘뻘 흘린 천둥이와 번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사람이 많이 한참 기다렸다 안에 사람이 있으면 보내고 또 다시 기다려야 하는 엘리베이터의 줄.

유모차의 부피가 커서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걱정되는 마음.

기저귀 갈 때에도 기저귀 갈이대가 갑자기 떨어질까봐 덜덜 떨며 긴장했던 순간.


뭐든지 처음이라 익숙치 않고

행여 너희가 다치거나 할까봐 걱정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혀

쌍둥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진상이라는 이미지를 남길까봐

한 순간도 빠짐없이 긴장하느라

백화점은 그렇게 시원했는데도 계속해서 땀이 줄줄 나더라구.


당장 며칠 후에 여행을 가게 되는데

잠깐의 외출로도 이렇게 힘든 상황에 우리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고 힘든 날이었던 것 같아.


돌아오자마자 골아떨어진 천둥이와 번개를 보며

엄마 아빠가 우리들의 욕심에 너희들을 힘들게 한 건 아닌지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어.


하지만 언제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기에

다음에 분명히 또 외출을 할 상황이 생기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긴장되고 어렵게 느껴지진 않겠지?

아직 익숙하지 않고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믿어.


엄마의 인생에 루틴이 어느정도 잡혀있고

주변에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만 있어서 살짝 나태해지려던 찰나에

이렇게 색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마워.





2023년 7월 6일 목요일

아직은 외출이 혼란스러운

엄마, 그리고 아빠가

매거진의 이전글 그 때가 좋을 때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