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냐, 출산 후냐
천둥아, 번개야.
이제 어느덧 우리가 만난 지 72일이 되었어.
그 말은 엄마가 출산한 지도 72일이 되었다는 말이지.
우리 천둥이랑 번개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힘들었는데,
많은 육아 선배들이 그러더라고.
그 때가 좋을 때라고.
나중엔 진짜 더 힘들어진다고.
그 말을 너무 많이 들었지만 믿고 싶진 않았어.
임신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내가 선택을 잘못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아기를 낳고 나면 더 힘들다니 다들 그러면서 왜 아기를 갖고, 낳고, 키우는 걸까?
임신 초기에는 쌍둥이라 남들보다 더 많은 호르몬때문에 입덧을 비롯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고
중기에는 한 달 정도 잠깐 괜찮다 싶은 때도 있었지만
후기로 갈 수록 매주 배가 불러오는 바람에 열 걸음도 못 가서 숨이 차서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어.
임신 기간 내내 다른 엄마들은 아기를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데
엄마는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아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어서
그런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나쁜 엄만가 하는 죄책감도 조금씩 들었어.
그래서 오히려 빨리 너희들을 낳고 신체적 자유를 되찾기 만을 기대했지.
그리고 우리 천둥이랑 번개가 태어났어!
너희들을 낳고 50일 정도까지는 잠도 못자고 몸도 회복이 많이 덜 되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태어나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는데,
그래도 엄마는 내 스스로 몸을 컨트롤하기 어렵던 임신 때보다
천둥이랑 번개를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출산 후가 훨씬 좋더라고.
아마도 사람들이 임신했을 때가 좋을 때다라고 하는 건
임신 기간이 많이 힘들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의미로 응원하는 말 인 것 같기도 해.
지금도 잠 못 자고 몸도 부숴질 것 같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너희 모습을 보며 역시 임신보다 출산 후 육아가
엄마에게는 훨씬 행복한 삶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어.
천둥아, 번개야.
엄마에게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너무 고마워.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무덥고 습한 어느 초여름 밤
점점 너희들에게 길들여지고 있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