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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n 마리옹 Oct 27. 2023

어학 및 인턴십

프랑스인들과 함께 일하기 위한 스펙 쌓기 그리고 나의 꿈 정립하기

한국에서 4년제 대학 의류학과를 나온 것만으로는 프랑스 명품 업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단 그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선,  프랑스어를 정복해야 했다. 둘째, 수많은 이력서(cv)와 자기소개서 (lettre de motivation)을 준비해 지원해야 했다. 그에 따른 인터뷰가 잡히면 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전문성을 가지고 나만의 소신 있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이 자리에 지원한다는 것을 인턴십이나 경력으로 증명해야 했다.


처음 프랑스에 도착한 건 당연히 파리였지만 1년 동안 프랑스의 노르망디 (Normandie) 지방의 르아브르 (Le Havre)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서의  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학기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프랑스어를 배웠다. 시간표는 프랑스 문화학, 프랑스어 문법, 문장구조학, 발음, 어휘 등 다양했고, 프랑스어를 늘리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학과정을 마치고 이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될 때쯤, 같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와 있던 동기들은 모두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파리로 향했다.

무언가가 아쉬웠다. 르아브르에서 살면서 프랑스어의 기본도 제대로 알지 못해 사람들과 영어로 소통하던 내가 이제 조금 말문이 트였는데, 조금만 더 투자해서 체계적인 어학원이라 알려진 소르본느 (La Sorbonne-nouvelle)를 6개월만 더 다닌다면 프랑스어 시험인 DELF B2 레벨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많이 읽고 듣기를 반복했고, 외향적인 성격인 나는 프랑스인/ 라틴 아메리카인/ 러시아인 / 스페인인 / 캐나다인 / 일본인 등의 친구들과 프랑스어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랬더니 정말 프랑스어를 배운 지 1년 반 만에 tv에 나오는 뉴스가 다 들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나에게 있어 파리에서 살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프랑스의 교육시스템은 9월이 새 학기 개강이다. 그리고 2학기의 마지막은 6월로 1년 과정이 마무리된다. 보통은 6월 말부터 9월 개강 전까지 여름 방학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인턴십을 하면서 경험을 쌓기를 권장한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굉장히 비싼 프랑스에서 어리고 경험 없는 사회 초년생들의 고용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와 학교 차원에서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프랑스에서 학생이 인턴(Stage, 스타쥬)을 하려면 반드시 학생-기업-학교 3자간에 체결하는 협약서가 필요하다. 이 인턴 협약서를 Convention de Stage(꽁방시옹 드 스타쥬)라고 하는데. 꽁방시옹 드 스타쥬전문 경력이 교과 과정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서류이자,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주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피고용자를 보호해 주는 법적 효력을 가진 보호 장치다. 체결을 맺은 후에는 학생이 고용된 기관에서 일을 시작하면, 학교는 이를 학점으로 대체해 주거나 혹은 졸업하는데 하나의 요건으로 인정해 주는 등 현재 프랑스 대학생들은 인턴십을 졸업하기 전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처럼 생각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무급인턴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다달이 나라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시급으로 베이식 임금을 지불한다. 명품 업계의 유명한 브랜드들은 이에 얹어서 조금 더 좋은 임금 조건을 제시한다.)


이를 활용하여 소르본느 수업이 시작하기 전 여름 방학 기간 동안 파리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다. 샤넬, 지방시 등에 납품하는 직물제조 아틀리에인 Malhia Kent에서 직물을 디자인하고 직접 만드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인턴으로 뽑혔다. 패션 업계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음 시즌의 SS (Spring summer)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다음 시즌의 트렌드가 될 소재와 컬러들을 다루며 창작할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는 인턴십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막강한 체력이 필요했다. 각종 섬유에서 나온 먼지가 그득한 아틀리에(atelier)에서 무거운 원사 롤들을 어깨에 이고 날라야 했고, 장시간 앉아서 직조기를 이용해 수작업을 해야 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클라이언트, 갑의 위치에 있는 샤넬이나 지방시 같은 회사에서 일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단순 노동인 수작업보다는 오피스에서 전략도 세우고 조금 더 스마트한 자리에 가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날 기회가 있거나, 프랑스 유학에 관심이 있어 내 조언을 구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자기 발견의 항해를 하고 싶다면 무조건 많은 경험을 해 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해보면 나에게 맞는 부분, 내가 싫어하는 부분, 내가 잘하는 부분들이 보이면서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막연한 그림이 그려지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에도 그랬다. 백화점 판매사원부터 시작해서 한복 부티크 쇼룸 관리, PR 에이전시에서 패션쇼, 홍보 이벤트, 클리핑, 직물 디자인, VMD 컨설팅 등의 여러 인턴십과 파트타임 일을 통해 목표를 정했고 나의 꿈을 그려나갔다.


그리하여 세워진 나의 목표는 바로 "세계적인 프랑스 명품회사의 VMD가 되자"였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에 대해서, 그리고 그 목표로 가기 위해 거쳐야 했던 고등교육이나 행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취급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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